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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기업에게만 기회 부여…공정경쟁·일자리 창출 모르쇠
[기획]대기업에게만 기회 부여…공정경쟁·일자리 창출 모르쇠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7.2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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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 융복합센터
건립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 사태로 수주난 심화
사업 길 막힌 중기에 직격탄

경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공공사업에 관련업계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사업에 포함된 시설공사를 공종별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발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발주 규정 나 몰라라

무엇보다, 경기도시공사가 관계법령에 명시된 분리발주 규정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는 정보통신공사를 건설공사 또는 전기공사 등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기공사업법 제11조 역시 분리발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일괄발주 시 예상되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건설업체의 수주 독점과 저가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시공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울러 분리발주제도는 중소 정보통신 전문업체가 계약상대자로서 발주자와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도 목적이 있다.

특히 초연결사회 및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본격 도래로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분리발주를 통해 정보통신설비의 시공품질과 신뢰성, 안정성을 확보하고,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리발주는 고품질 시공의 출발점으로서, 건축물의 정보통신설비를 사용하게 될 발주기관과 수요기관을 보호하는데도 매우 유용한 제도로 평가된다.

예외사항 아니면 반드시 분리도급

하위법령인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제25조에서는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의 예외사항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특허공법 등 특수한 기술이 적용되는 대형공사로서 하자책임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할 수 없는 경우 등 6가지 경우만이 분리발주 예외에 해당한다.

이 같은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정보통신공사는 반드시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해야 한다.  이처럼 정보통신공사업법령에 명시된 분리발주 규정은 일반국민이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토교통부 고시인 ‘대형공사 등의 입찰방법 심의기준’은 공공 발주처에서 대형 시설공사에 대한 집행기본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 국가계약법 외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개별 법령에 따라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발주하도록 규정돼 있는 정보통신공사·전기공사 등이 포함돼 있는지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해당공사를 분리도급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구체적 근거와 사유를 집행기본계획서에 기재해야 한다. 이 고시는 일괄(턴키)·대안·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방식으로 집행되는 공공 시설공사에 적용된다.

이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의 국민감사청구 결과에 따라 감사원에서 대형공사의 입찰방법 심의에 관해 감사를 실시하고,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의무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고시를 정비할 것을 국토부에 통보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라 할 수 있다.

예외규정 제대로 검토안 해

그러나 경기도시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25조에 명시된 분리발주 예외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인접기관 간 선·후행 공사 및 연계공종이 복잡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공사의 분리도급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경기도시공사는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융합센터에 적용하기 위해 통합발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경기도시공사의 의견과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번 공사를 기술제안입찰방식으로 집행하기로 의결했다. 발주처의 위법하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입찰방법에 대해 불합리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가 이번 공사의 분리도급 여부에 대해 검토해 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주된 내용은 인접기관 간 선·후행 공사 및 복잡한 연계공종을 고려할 때 분리도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도시공사는 이번 공사에 대한 분리발주가 전기·통신분야의 기술제안을 제한하고, 해당 공종의 설계 및 시공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찰전문가들은 정보통신공사비는 전체 사업비의 약 5%에 불과하고, 건축공종의 진행에 따라 공사가 이뤄지므로 정보통신공사로 인해 기술제안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분리발주해도 공기단축 가능

아울러 경기도시공사는 이번 공사를 분리발주 하는 경우 패스트 트랙(Fast-Track·신속한 안건처리)을 통한 공기단축효과가 사라진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의견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정보통신공사를 위해서는 건축구조물 내 배관설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건축구조물공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설계완료 이후 건축공정의 터파기와 기초골조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보통신공사 발주 및 계약을 진행하면 전체 공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분리발주로 인해 공기단축효과가 사라진다는 의견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번 공사를 통합발주 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내용이 분리발주 예외규정에 부합해야 하는 데, 경기도시공사가 이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제25조는 특수한 기술로 행해지는 대형공사로서 분리도급 시 하자책임 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 할 수 없는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 한해 분리도급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의 경우 이번 사업에 필요한 특허공법 등 특수한 기술의 종류가 무엇인지와 그 필요성 등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요컨대, 이번 사업이 분리발주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의견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통합발주를 강행하는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제25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위법한 통합발주를 강행하려는 경기도시공사와는 달리 서울시와 서울토지주택공사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서는 대규모 시설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또는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집행하면서도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발주 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외 법제처의 법령해석내용을 존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 중소기업 경영의욕 상실 우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가 이번 공사의 통합발주를 강행할 경우 경기도내 2500여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해당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업에 포함된 정보통신공사는 해당입찰에 참여하는 건설대기업에서 선정한 소수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기술제안입찰에 10개 미만의 건설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소 정보통신업체는 10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중소기업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공사물량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경기도시공사가 통합발주를 강행한다면 지역 중소기업은 경영의욕 자체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경제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경기도시공사가 지역 중소기업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발주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무리한 통합발주 추진은 공정경쟁과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기도시공사의 CEO인 이헌욱 사장에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데 힘써온 인물이다.

이런 이력에 비춰볼 때 이 사장이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건설대기업 위주의 통합발주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지난해부터 분리발주제도에 대한 안내 및 건의, 정보공개 요청, 직접 방문 등을 통해 경기도시공사의 위법한 통합발주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경기도시공사의 위법한 입찰방식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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