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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풀기와 묶기의 딜레마
[창가에서] 풀기와 묶기의 딜레마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7.2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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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규제책을 동원했는데 효과는 미미하다.

집값을 틀어막겠다고 2~3년간 세율을 크게 올렸더니 되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금폭탄이 터진 부동산 시장은 전쟁터 같다. ‘전사자’의 숭고한 희생으로 집값이 잡히면 좋으련만, 정책의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그동안 용적률을 제한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철저히 억제하는 방식의 부동산 정책을 견지해 왔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궤도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3가지 수단을 맞춤형 처방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용적률 상향조정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유휴부지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정부는 여전히 좌고우면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카드를 잠시 검토했지만 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자 즉시 거둬들였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엉킨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결국 규제의 최적점(最適點)을 찾는 일이다. 너무 묶어도, 너무 풀어도 탈이 난다.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도 규제의 수위를 잘 조절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일단 규제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시선이 쏠린다. 푸른 나무처럼 자라나는 디지털 신산업이 촘촘한 규제의 올가미에 걸려 좌초하지 않도록 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규제완화라는 선의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비전문가나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해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무조건 규제를 풀다가가는 시장질서가 흐트러지고 더 많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보여주기 식, 실적쌓기 식 규제완화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예로, 지난 2018년 정부가 아파트의 보안·방범 솔루션으로 네트워크 카메라를 전면 허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 편의성을 증진하고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보안설비에 대한 규제를 풀었지만 보안침해 사고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결국 정부가 할 일은 시장과 교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 똑똑한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혁신기술의 성장을 가로막는 아이디어의 매립지는 과감히 걷어내되, 정책의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익집단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규제완화의 명분도 효과도 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딱 떨어지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개의 ‘좋은 답’은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 답은 정책 입안자의 책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규제의 최적점을 찾는 데 역량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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