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 평균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률 OECD 내 1위, 세계 최초 5G 상용화 등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국가가 한국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에 5G 구축이 자리하면서, 한국이 ICT 인프라 ‘완전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적어도 정부 발표를 보면 그렇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목표를 2025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기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3년간 24조5000억~25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와이파이 설치도 본격화된다. 도서관 등 공공장소 4만여곳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38만 초중고 교실에도 와이파이가 구축된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 6세대 이동통신(6G)을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된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5년간 217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정부는 최근 밝혔다.
5G도, 공공와이파이도, 6G 연구개발도, 다 필요하다. 이것들은 디지털경제 시대 그야말로 ‘인프라’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악재로 인한 비대면 교육, 근무 등의 변화도 탄탄한 ICT 인프라 덕에 혼란을 최소화하며 잘 이겨냈다. 가장 먼저 차세대 이통망을 구축한 경험은 네트워크 장비 및 구축 시장에서 경쟁력이 되므로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확충은 성공적인 디지털경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미 ICT인프라 분야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주요 유망 ICT 산업 분야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뺏긴 지금의 현실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기업의 ICT 활용능력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플랫폼 및 클라우드 산업을 AWS, 유튜브 등 외국계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데이터 고속도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속도로를 통해 움직이는 데이터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육성돼야 할 산업일 것이다. 고속도로 구축사업 같은 1회성 공급으로 ‘뉴딜’이 실현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1회성 공급 사업만 있고 혁신시장 육성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2020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도 디지털 뉴딜 등의 정책 과제들이 “경제혁신과 일자리창출 같은 실질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확보하는 데 미흡하다”고 꼬집고 있다.
진정한 데이터 고속도로가 열리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개화 자체를 막고 있는 부처 간 칸막이 철폐와 신산업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갈등은 과감하게 중재해, 진정한 ‘데이터 경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정부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