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 사인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청구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특히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일가의 지분 기준을 상장기업 30% 이상, 비상장기업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기업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규제 대상 기업이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영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글로벌 쓰탠다드에 비해 과도해 기업 경영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영계의 논리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생존권 붕괴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 7월 경총과 전경련 등이 공동으로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계열사간 거래 규모는 2012년 17조7000조원에서 2018년 9조2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전체 매출액(4151조6000억원)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내부거래가 중소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는 것.
하지만 업종을 막론하고 들려오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대기업은 내부거래 규제가 시작되자 지분율을 낮추거나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규제망을 피해 이들을 통한 내부거래를 늘려갔다.
2018년 대기업 중 규제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27조5000억원으로 규제 대상 회사 내부거래 규모의 3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 역시 비규제 집단이 12.4%, 규제 집단이 11.2%로 비규제 집단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자회사들이 ‘관리’를 명분으로 직접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다. 대기업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적정 사업비로 자회사에 발주한다. 이후 관리비 등을 이유로 10% 내외의 대금을 떼어 가며 하도급업체에 사업을 맡기면, 하도급업체는 터무니 없는 대금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회사 유지와 실적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거의 이익이 남지 않는 공사를 수주해야 한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 관행의 한가운데 통신공사업도 있다.
2018년 말 기준 통신공사업이 해당되는 전문직별 공사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63.2%로 65개 업종 중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문직별 공사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25.7%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 32.6%, 2018년 63.2%까지 올라갔다.
내부거래 금액 역시 크게 올라, 2014년에는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 3조5000억원 규모가 됐다.
전례 없는 경제·사회적 위기 국면 속 중기가 받는 타격은 대기업의 것과 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에서 나서기 전에,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 덕에 12대까지 300년간 부를 전승했던 경주 최부잣집의 상생 가치를 대기업이 새길 수 있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