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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익스플로러 '퇴출'…웹브라우저 춘추전국시대 개막
[기획]익스플로러 '퇴출'…웹브라우저 춘추전국시대 개막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9.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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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점유율 하락세
MS, 1년내 서비스 종료 선언

2000년대 인터넷 대중화 견인
액티브X 탈피 못한 원인되기도

크롬 수성 속 2위 자리 각축
토종 브라우저 선전 기대

한 때 웹브라우저 시장을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MS는 1년내로 익스플로러에 대한 주요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익스플로러의 시장 퇴출을 선언했다.

단순히 한 웹브라우저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보기엔, 익스플로러가 25년간 국내 인터넷 산업에 미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았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익스플로러가 없는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대중화 일등공신…웹표준화엔 걸림돌

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시기, 그 개념조차 생소했던 대중들에게 클릭 몇 번으로 ‘정보의 바다’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웹브라우저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당시 익스플로러와 또다른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가 벌였던 치열한 경쟁은 지금의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게 된 시발점이 된다. 이른바 ‘제1차 브라우저 전쟁’이라 불린다.

결과는 익스플로러의 압승.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익스플로러는 시장 점유율 90%를 넘는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익스플로러의 아이콘인 ‘e’ 모양은 그 자체로 인터넷을 의미할 정도가 됐다.

워낙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에 웹사이트 구축에 있어 타 브라우저와의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 웹사이트들은 보안이 취약한 액티브X(ActiveX)나 비표준 코드를 남발하며 구축된다.

문제는 정부 및 공공기관, 금융 사이트들조차 이러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국내 웹 환경이 표준화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점이다.

익스플로러 자체는 웹표준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버전업이 됐지만 번거로운 업데이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확산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9년부터 전자정부 서비스를 모든 웹브라우저로 접속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번 견고하게 정착된 비표준 웹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었다.

다행히 2011년을 기점으로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하락세에 접어든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윈도가 아닌 iOS,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모바일에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했고 각각은 사파리, 크롬을 메인 브라우저로 사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이 가세한 ‘제2차 브라우저 전쟁’이 이어지며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급전직하의 상황에 직면했고, 2016년 4월 마침내 익스플로러는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크롬에게 넘겨주게 된다.

 

■‘브라우저 춘추전국시대’ 2위 자리는 누구?

7월 기준,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전체 70%에 달하는 점유율로 1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2위인 파이어폭스가 8% 정도임을 감안하면 가히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하지만 익스플로러 천하일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익스플로러가 1위를 하던 시절은 사실상 익스플로러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브라우저가 없었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지금은 웹 환경이 상당부분 표준화돼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해도 큰 불편이 없다.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라우저를 골라 쓰면 된다는 뜻이다.

업계의 시선은 2위 자리에 쏠려 있다. 일종의 플랫폼 싸움과 맥을 같이 한다.

전세계 인터넷 인구가 45억7000만명이라고 할 때, 현재 2위 규모인 8%라면 약 3억6000만명이라는 사용자가 나온다. 미래 인터넷 시장의 향방이 ‘빅데이터’에 달려있음을 감안하면, 빅데이터 구축에 손색이 없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2위 후보로 MS의 엣지를 꼽고 있다.

과거 ‘제1차 브라우저 전쟁’에서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누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윈도95에 기본 내장 소프트웨어로 공급됐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그 역할을 윈도10이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 정식 출시한 크로뮴 엣지는 성능과 사용성 면에서 크롬 못지 않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외산 일색인 브라우저 시장에서 토종 브라우저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이 쏠린다.

2013년 줌인터넷이 크롬과 익스플로러를 결합한 브라우저를 표방하며 ‘스윙’을 출시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현재로선 네이버의 ‘웨일’이 유일하다. 2017년 정식 출시한 이 브라우저는 한국 사용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가 운영하는 서비스 답게 일정 수준의 점유율 확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점유율은 지난해 1월 1.14%에서 올해 7월 4.55%로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웹브라우저>

■ 크롬

구글이 개발한 브라우저로, 2008년 12월 정식 버전이 출시됐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브라우저로 빠른 웹 로딩이 특징이다. 처음 등장했던 시기의 국내 사정이 워낙 ‘익스플로러 천하’였던 탓에 익스플로러 대비 훌쩍 빠른 웹 서핑 환경은 큰 화제가 됐다.

화면 전체를 활용하기 위한 유저인터페이스(UI)도 관심을 모았다. 제목표시줄이 완전히 탭만 표시되고, 주소창∙검색창이 따로 배치됐던 것이 주소표시줄 하나로 통합됐다. 상태표시줄 역시 로딩 상태나 링크에 커서를 갖다대는 상태가 아닐 땐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다. 이는 브라우저 인터페이스의 사실상 표준이 됐다.

지금은 어느 브라우저나 지원하는 ‘탭(Tab) 브라우징’ 기능은 너저분하게 인터넷 창을 띄워놓을 필요가 없이 깔끔한 유저인터페이스를 실현했다. 새 탭을 열 때마다 즐겨찾기나 최근에 방문한 홈페이지 등을 표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필요에 따라 드래그로 탭과 창을 자유롭게 이동 및 분리할 수 있다.

다만, 크롬은 각 탭마다 프로세스를 따로 사용하기 때문에 타 브라우저보다 메모리 이용량이 많다. 때문에 탭이 많아질수록 컴퓨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한다.

크롬 웹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확장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브라우저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을 웹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구글에서 만든 브라우저 답게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바꿔 말하면,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알게 모르게 성능저하가 일어난다는 게 네티즌들 사이에선 기정사실로 돼 있다.

구글이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도 개발하고 있는 만큼, 모바일 브라우저도 지원한다. 2012년 안드로이드용 크롬이 공개됐다.

■ 파이어폭스

모질라 재단에서 만든 오픈소스 기반의 브라우저다. 2004년 11월 첫 선을 보였다.

모질라 재단은 ‘넷스케이프’라는 웹브라우저의 개발자들이 세운 단체로, 과거 넷스케이프가 익스플로러와 점유율 전쟁을 치렀던 만큼, 파이어폭스 역시 익스플로러에 대항마로 포지션을 구축했다.

주요 웹브라우저들이 상향평준화식으로 고만고만한 UI와 성능을 갖춰가고 있는 추세 속에 파이어폭스의 차별점은 단연 독보적인 확장기능이 꼽힌다.

크롬도 확장기능이 다양하긴 하지만 구글의 서비스 정책상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 많다. 예로, 유튜브 영상 다운로드와 같은 확장기능을 설치할 수 없는 크롬과 다르게, 파이어폭스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파이어폭스는 브라우저의 UI까지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확장기능이 많아질수록 브라우저가 느려지는 건 피할 수 없다. 간혹, 불안정한 확장기능 때문에 브라우저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설치 전 사용자 평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각종 사생활 보호 기능이 기본 탑재된 점도 차별화된다. 추적 쿠키 차단, SNI(Server Name Indication) 암호화 등이 있다. 컨테이너 기능의 경우 사용자가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웹 사용 기록을 저장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기능으로, 마치 각각 다른 사람이 웹서핑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모바일용 파이어폭스가 있긴 하지만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2018년 말부터 유지보수만 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차기 브라우저가 개발 중이다.

■ 엣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브라우저로 크게 2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익스플로러11의 트라이던트 엔진 기반의 엣지HTML 버전과 이후 새로 개발한 크로뮴 버전이 그것이다.

엣지HTML 버전은 웹표준에 기반한 브라우저로 윈도10 출시에 발맞춰 2015년 선보이게 됐지만, 표준에 부합하는 웹브라우저가 오히려 비표준 웹 환경으로 점철돼 있는 국내 환경에 맞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며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후, 주요 웹 환경이 크롬에 최적화되는 추세가 되자 엣지 역시 크롬의 오픈소스인 크로뮴 기반으로 재설계에 돌입한다. 지난 1월 정식 공개된 크로뮴 버전은 이제 엣지HTML 버전을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

윈도가 PC 생태계를 거의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엣지의 자연스러운 점유율 상승이 점쳐진다. 이미 윈도10과 통합돼 각종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롬이 예전만큼 가볍지도, 빠르지도 않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엣지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모바일용 엣지는 윈도10 연동 기능에서 확연한 차별화가 이뤄진다. 암호나 즐겨찾기의 동기화를 넘어 윈도PC로 웹 링크를 전송하는가 하면, PC에서 지원하는 타임라인 기능을 모바일로도 구현하고 있다.

■ 오페라

노르웨이의 오페라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웹브라우저다. 1996년 처음으로 공개돼 웬만한 브라우저들의 선배격이다. 점유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독자적인 기능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상사설망(VPN)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접속이 제한된 웹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페이지를 서버에서 압축해 보내주는 ‘오페라 터보’ 기능도 있다. 데이터를 절약하며 인터넷을 하는 데 요긴하며 웹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오페라 싱크’ 기능은 즐겨찾기, 탭, 스피드 연결, 환경설정, 방문목록을 오페라 계정에 저장해 동기화를 지원한다.

마우스 제스처 기능을 브라우저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새로고침, 앞∙뒤로가기, 새 탭 열기, 탭닫기 등이 마우스 움직임만으로 구현된다.

확장기능 역시 지원하는데, 브라우저 한 켠에 ‘확장바’ 형태로 확장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라우저에서 자주 쓰는 기능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아이콘으로 표시해 주고,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PC에 설치하지 않고도 바로 알림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오페라의 점유율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인터넷 검열이 심한 국가들에 한 해 점유율이 꽤 높게 나온다. 오페라가 무료로 지원하는 VPN 기능이 검열된 외국 사이트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조차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16년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인터넷 검열이 심한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의 한 기업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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