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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방송설비 입찰 '외산 밀어주기' 의혹
성남시 방송설비 입찰 '외산 밀어주기' 의혹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0.09.1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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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무게·코팅방식 특정
해외기업 장비 사양과 일치

긴급·국제입찰 강행 무리수
장비업체 "기회 불공평" 반발
취재 시작되자 공고 취소돼
성남시가 청사에 설치할 방송장비를 구매 입찰하는 과정에서 특정 외산장비 사양을 설계설명서에 명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성남시]
성남시가 청사에 설치할 방송장비를 구매 입찰하는 과정에서 특정 외산장비 사양을 설계설명서에 명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성남시]

한 지방자치단체의 방송설비 설치 사업이 입찰 규정 위반 및 특정기업 제품 몰아주기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최근 발주된 '성남시청 음향·영상설비 구매설치(교체)' 사업이다. 성남시는 입찰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사업을 집행하는 서울지방조달청은 입찰 공고를 취소 처리했다며 규정에 맞게 다시 공고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긴급·국제입찰 필요성 의문

지난 11일 입찰 공고된 이 사업은 성남시청 내 온누리홀 등 4곳에 방송장비를 구축하는 것으로 예산은 약 15억원에 이른다.

논란이 되는 것은 성남시의 이번 사업이 긴급·국제입찰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설치공사 업체들은 해당 사업이 15억원 이상의 중요 프로젝트인데도 긴급입찰로 진행돼 이해관계자의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전규격 공개와 달리 본 입찰 시 적절한 의견개진 절차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내에서 공급 가능한 국산·외산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입찰'로 추진됐던 점도 석연치 않다.

해당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특수한 상황에 의해 해외에서 특정 제품을 조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주장이다.

'국제입찰에 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사 및 물품·용역의 범위에 관한 고시'에 따르더라도 해당 입찰은 국제입찰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고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한국-싱가포르 FTA △한국-페루 FTA △한국-호주 FTA 등에 따른 개방대상 범위가 지정돼 있다. 하지만 어느 규정에서도 성남시는 개방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

성남시의 해당 입찰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을 돕기 위해 긴급입찰을 실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제품 크기·무게·마감 재질까지 지정

공고된 설계설명서(시방서)를 통해 성남시가 특정업체의 제품 사양을 '콕 집어' 요구하고 있는 점도 논란이다.

해당 설계설명서는 '온누리'홀에 설치할 메인 라인 어레이 스피커에 대해 너비 284×높이 600×폭 400㎜ 크기, 24㎏ 무게, 폴리우레아 코팅 마감 재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해당 사양은 특정 외산업체 장비와 일치한다. 이 밖에도, 서브우퍼, 무선 마이크 신호 송출장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송장비 업체들은 설계설명서에서 특정 제품과 일치하는 무게, 크기를 요구하는 것은 어느 사업자가 낙찰을 받더라도 해당 장비를 구매하도록 하는 '장비 알박기'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해당 사양은 특정제품의 규격이 아니라 입찰의 기초 자료가 되는 성능, 품질, 운영 및 유지보수 등을 고려해 사업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양을 예시로 들어 설계 이해를 돕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동등 성능 또는 그 이상의 제품을 납품 가능하도록 명시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성남시와는 차이를 보인다.

방송설비 설계 전문가는 "무게나 크기는 동등 이상을 따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며 "특정제품의 규격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입찰 참여 희망자들에게 입찰에 쉽게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낙찰 이후 감리 과정에서 설계설명서상의 사양을 이유로 자재승인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구 사양 외에는 무게, 크기, 외부 마감 재질과 같은 불필요한 요구사항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목적 초과 고사양 요구

성남시가 사업 목적에 필요한 사양을 초과하는 고가 장비를 요구해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장비 업체들은 성남시가 설계설명서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낮은 사양으로도 사업 대상 장소에서 목적에 맞도록 음향 방송이 가능하다며, 성남시가 '오버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향장비 제조기업 대표는 "성남시가 요구하는 장비 사양은 전문적인 대규모 공연장 수준"이라며 "타 지자체에서는 비슷한 실내 환경에서 보다 낮은 사양의 장비를 도입해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적에 맞는 사양으로 장비를 도입한다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지자체의 책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성남시 측은 "(해당 사업은) 자체 규격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규격서의 적합성을 평가한 이후 입찰을 진행했다"며 "사업 목적에 맞는 장비를 도입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과도한 사양의 장비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설치 기업들은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분야에서 공정경쟁을 보장해 관련 기업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성남시가 입찰까지 진행한 상황이다 보니 차별적 대우가 우려돼 민원을 섣불리 제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장비산업센터는 방송장비 구축 단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방송장비 담당자를 대상으로 방송장비 구축·운영 온라인 실무교육을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정 경쟁 문화 정착으로 방송장비 산업 활성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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