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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온라인 떠도는 이야기, ‘잊힐 권리’ 보장 어디까지
[기획]온라인 떠도는 이야기, ‘잊힐 권리’ 보장 어디까지
  • 김연균 기자
  • 승인 2020.09.1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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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법개정 의견 제시
언론중재위 검색배제 조정권 부여
‘기사삭제청구권’ 도입은 신중하게

모든 정보 삭제, 표현의 자유 침해
‘잊힐 권리’ 대상 제한적으로 인정
인권침해, 고유식별정보 삭제 대상

과도한 개인 정보가 노출됨으로써 사생활의 자유와 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개한 확진자의 동선 정보가 인터넷 기사에 계속 검색되고 있다. 정보 공유를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 카페 등으로 옮긴 정보는 당사자에게는 여전히 피해로 남아 있다.

 

■‘현행법 적정한가’ 찬반 공존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보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잊힐 권리’란 개개인에게 인터넷상에서 그들의 평판과 정체성에 관한 보다 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잊힐 권리는 적용 범위, 정보 삭제와 정보처리자의 의무 및 그 기술적 한계 그리고 다른 기본권과의 충돌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 정보 삭제 규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정정보도 청구 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임시조치 및 불법정보 삭제 규정 등에 근거해 잊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정보 공개 당시에는 합법이었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정보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에도 정보 삭제 등 피해자를 구제할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 잊힐 권리의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잊힐 권리 법제화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현행 국내 법 및 제도는 피해자 구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색배제청구권’ 신설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반쪽짜리 방통위 가이드라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16년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 또는 사자(死者)가 작성한 게시물에 대해 게시판 관리자 또는 검색서비스사업자에게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검색서비스사업자의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접근배제를 취한 경우 검색목록에서 배제해야 하며, 게시판 관리자의 사업 폐지 등으로 삭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바로 검색 목록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사용자 본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만 잊힐 권리를 보장할 뿐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물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은 담고 있지 않아 ‘반쪽짜리’ 가이드라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구글, 야후 등 외국 인터넷 사업자는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아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 외에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사이트를 탈퇴한 경우 실제 게시자의 확인이 어려워 게시물 삭제가 어렵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대한 '잊힐 권리' 실현이 한창이다. 인터넷 방역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생활 침해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사진=서울 도봉구청]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대한 '잊힐 권리' 실현이 한창이다. 인터넷 방역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생활 침해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사진=서울 도봉구청]

■명시 규정 없이 개별법 일부 인정

국내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잊힐 권리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률은 없다. 다만 비공개 개인정보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삭제할 수 있고,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공개된 언론보도 또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정정보도 청구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임시조치 및 불법정보 규정에 근거해 원문의 수정 또는 삭제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에 따라 개인정보를 열람한 정보 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삭제할 때에는 복구 또는 재생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개인 신상에 대한 허위 기사 정정을 통해서도 잊힐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언론보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에게 그 언론보도 등의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법률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허위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청구권이 명시되어 있고, 허위가 아닌 진실인 경우 또는 6개월의 시효가 지난 때에는 정정 보도를 요구할 수 없다. 나아가 기사삭제청구권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 등 인격권 침해 정보에 있어서는 권리침해자의 요청 시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해당 정보를 삭제 혹은 임시조치, 즉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법률은 명예훼손, 불법적 개인정보 거래 및 기타 법률 위반 정보 등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정보를 삭제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기사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인터넷 콘텐츠 심의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피해 구제 한계, 현행법 개정 의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법률들은 ‘잊힐 권리’ 피해 구제에 일부 한계성을 내재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를 제3자가 복사하거나 링크한 경우 등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삭제가 어렵고, 해당 정보가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 등 권리침해 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삭제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온라인 기사에 대해서는 피해자 요청의 적정성과 언론 자유의 균형을 위해서 언론사 기록은 유지하되, 기사에 언급된 사람을 인터넷 검색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한 특칙을 마련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검색배제청구권’을 신설하고, 검색 배제를 언론중재위원회가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두는 방안을 거론했다.

다만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기사삭제청구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기사삭제청구권 허용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제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오보의 경우에도 기사 자체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점, 언론사들의 자사 생산 기사를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잊힐 권리의 대상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인터넷상 모든 정보에 대해 삭제를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도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게 된다”며 “개인의 사생활 또는 사회적 차별을 야기해 현저하게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로 민감정보, 오래되고 부정확한 정보, 편견을 낳는 정보, 주민등록번호·운전면허번호와 같은 고유식별정보 등에 한해 잊힐 권리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3의 전문기구가 ‘검색결과 배제’ 등을 결정하고, 네이버·다음 등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이를 따르는 방안을 언급했다. 검색결과에 대한 삭제 결정을 네이버, 다음 등 검색서비스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과도하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사를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자에게 맡기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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