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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집단사고의 함정을 경계한다
[창가에서] 집단사고의 함정을 경계한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9.22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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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편집본부장

보수단체들이 내달 3일 개천절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 군 특혜 휴가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게 불법이다, 아니다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데,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자 문재인 대통령 열혈지지자들이 박 의원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내부총질이다’, ‘항상 혼자 튀면서 민주당 덕 보냐’는 등의 댓글을 달며 박 의원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보수단체와 문 대통령의 열혈지지자, 이른 바 ‘문빠’들은 이념의 토대와 정치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하고 비난하는 건 엇비슷하다.

이들이 ‘집단사고(集團思考, Group think)’의 함정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집단사고의 증상으로 무오류와 도덕성, 만장일치 등에 대한 환상을 꼽았다. 쉽게 이해하자면 자신들의 주장이 결코 틀리지 않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므로 일체의 이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보수단체와 문빠의 집단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이들의 확증편향과 진영논리가 사회적 균열과 불신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집단사고는 입법이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큰 독이 되기도 한다. 법률을 제·개정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 집단사고의 기세에 눌려 반대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넓은 의견수렴과 체계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법안이나 정책은 명분과 논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고 차후에 큰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집단사고의 질곡에서 헤어나려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려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을 발의한 이원욱 의원 등은 법안의 주된 내용이 정보통신공사 등 전문 시공분야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중소기업의 건실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반영해 법안 제정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타당한 상식과 건전한 비판은 민주주의를 키우는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법안과 정책도 그러해야 한다. 입법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작은 생선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굽는 세심함을 발휘한다면 나중에 탈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약팽소선(若烹小鮮)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데, 코로나 19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울하고 힘들수록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도 소통의 창을 활짝 열어 다수의 국민과 교감할 수 있는 법안,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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