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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기술 불필요한데 특수 입찰방법 '강행'
복잡한 기술 불필요한데 특수 입찰방법 '강행'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0.09.22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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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방송장비 사업 의혹 분석

타 지자체 사업 내용과 대동소이
기술적 난이도 높다고 볼 이유 없어

베일에 가려진 자체 심의위원회
시측 "적법하나 위원 명단 공개 않아"

음압분포도 평가 기준 제시 없어
전문가 "주관적 평가될까 우려"
성남시가 청사 내부에 방송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찰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성남시]
성남시가 청사 내부에 방송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찰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성남시]

성남시가 15억원 규모의 음향·영상 설비 구매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해당 사업의 입찰 공고는 취소된 상태지만, 향후 재입찰 과정에서 개선이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국내 방송장비 제조·공사 업체들의 시선이 성남시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성남시가 입찰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연찮은 동시입찰 강행

방송장비 업체들은 성남시의 해당 사업이 '규격가격동시입찰'로 진행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8조 제3항은 물품의 제조·구매 또는 용역 계약의 특성 등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규격입찰과 가격입찰 또는 기술입찰과 가격입찰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조달청 훈령인 '조달청 내자구매업무 처리규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자구매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내자'란 국내에서 생산·공급되는 물품, 일반용역 및 임대차를 의미한다. 처리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조달청은 조달요청서를 받은 다음 다수의 제조자가 생산·설치해야 하거나 기술적으로 복잡해 품질·성능보장이 특별히 고려돼야 하는 등 계약의 목적·성질상 규격가격동시입찰이 필요할 경우 구매결의 전에 수요기관과 협의해 이를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성남시의 해당 사업 입찰 사례처럼 제안요청서나 설계설명서에 상세 규격을 제시하는 게 가능한 일반적인 사업을 동시입찰로 추진하는 경우다.

방송장비 업체들은 성남시의 해당 사업이 규격서를 작성하기 곤란한 것도 아니고 사업의 기술적 난이도가 현저히 높아 일반적인 입찰 방식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성남시와 비슷한 방송설비 구매설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남시처럼 입찰 행정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성남시는 동시입찰 적절성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알려왔다.

 

■베일에 싸인 심의위원회 구성

성남시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성한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구성·운영됐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인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지침'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3억원 이상(추정가 기준)의 방송장비 구축 사업에 적용된다. 즉, 3억원 이상 사업을 추진하는 발주기관은 방송장비 구축 사업별로 규격서 초안, 사업 참여 희망자의 의견 등을 반영해 규격서를 확정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규격서 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학계, 연구계, 정부 등 국내·외 방송장비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풍부한 자로 10인 이내의 심의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다만, 방송장비 관련분야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10인 이상을 보유한 발주처는 자체적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송장비 업체들은 성남시와 같은 기초지자체가 5년 이상 경력의 방송장비 전문가를 10인 이상 자체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만약 자체적인 위원회 구성이 어려울 때는 과기정통부의 지침에 따라 과기정통부 장관이 추천한 인원 중에서 과반수를 선임하고, 나머지 위원은 발주기관이 자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업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성남시가 지침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업체들은 성남시가 공정한 사업 심사를 위해 위원 명단 공개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시는 심의위원회를 적법절차에 따라 구성·운영했다면서도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답했다.

 

■기술 규격 평가 기준 실종

성남시가 해당 사업에서 제안서에 대해 평가하겠다며 제시한 평가표도 논란을 불렀다.

제안요청서에 들어있는 '제안서 평가 기준표' 중 '기술 규격 평가표'가 그 대상이다.

평가표는 '시스템 설계 전문 기술능력' 부문에서 △설계의 적정성 여부(상세 설계도면) △EASE 시뮬레이션 자료 △음압분포도(Direct, Total)·명료도(%Alcons, RASTI) 등의 항목을 평가한다고 돼 있다. 이 부문의 최고점수는 3점(최적합), 최저점수는 1점(미흡)이다. 통상적으로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공 입찰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점수라는 게 방송장비 업체들의 이야기다.

이들 업체는 해당 항목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해당 평가항목은 어떤 기준도 제시돼 있지 않다.

음향학 전문가의 의견도 이와 같다. 익명보도를 요구한 음향학 전문가는 음압분포도의 경우 ±3데시벨(㏈) 이내 편차일 때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방송시설이 설치된 장소의 중앙 좌석의 측정값이 90㏈일 때 앞자리는 93㏈, 뒷자리는 87㏈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음압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한계치가 3㏈이므로, 음압분포도로 평가를 할 때는 보통 이 기준치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해당 전문가는 성남시가 명료도에 대한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음성을 발성하고 청자가 그것을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측정하는 것이 명료도인데, 음절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가나다라"처럼 쉬운 음절은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지만, "다따타바빠파"처럼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는 "국내의 경우 명료도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 음절이 현재 없는 상태"라며 "이렇듯 다분히 주관적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측정 및 평가 기준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평가 기준 의혹에 대해 성남시측은 기준이 적절하게 제시됐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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