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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여론전서 정부에 '완승'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여론전서 정부에 '완승'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0.09.23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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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 사업 쟁점 분석

구청장협의회, 서울시 공개 지지
여론조사서 시민 73% 서울시 택해

통신사, 관리 소홀로 고장 잦아
불편 겪던 시민들 결국 등 돌려

설비 구축 사업 공공입찰 발주
중소기업·지역경제 살리기 '기대'

"정부 사업, 회선 구축은 통신사가
설비 설치공사는 입찰로" 대안 나와
구청장협의회는 서울시의 자가망을 이용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사업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구청장협의회는 서울시의 자가망을 이용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사업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가망을 활용해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서울시. 그리고 해당 사업이 법률에 위반되므로 추진을 중지하라는 정부.

이 둘의 기싸움에서 시민들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과기정통부는 수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자치구 "정부가 사업 협조해야"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동진 도봉구청장)는 2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 추진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지난 9일 서울시의 자체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브랜드 '까치온' 공개 행사에서도 서울시 사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협의회는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확대 구축 사업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늘어나는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 통신격차를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서울시가 통신기본권이라는 시민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정부가 시민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기본적 의무이고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천만 서울시민 절대 다수의 요구"라며 "따라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소한 법령 해석에서 벗어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와이파이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이유로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방정부가 영리목적이 아닌 시민의 통신기본권 보장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사업제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정보 및 통신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가정보화기본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 추진과 관련해 관계 법령 간의 상충 요소가 있거나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면 과기정통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어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25개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 및 통신사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모색하고 있지만, 협의회의 이번 입장 발표에서 보듯이 당사자 간의 절충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통로로 협의체를 활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 참석자들이 서울시의 자가망을 이용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사업 추진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 참석자들이 서울시의 자가망을 이용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사업 추진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여론이 서울시 손 들어준 이유는

협의회가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데는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바탕이 됐다.

협의회는 지난 18~20일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해당 사업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시민의 통신기본권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73.5%로 나타나 '과기정통부의 법령 해석에 따라 공공와이파이 확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17.8%)을 큰 차이로 앞섰다. 또한, 서울시가 '생활권 전역으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80.0%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서울시의 사업이 시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가 정부의 전향적 태도 요구를 강력하게 개진하는 데는 여론을 존중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여론을 배신하지 못할 것이란 포석이다. 또한, 일방적인 제재 조치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서울시 등에 수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를 강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밖에도, 시민들의 여론 결과가 서울시 쪽으로 집중된 데는 통신사의 공공와이파이 유지관리 부실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기초지자체 정보통신업무 담당자는 "과거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한 공공와이파이 설비는 고장이 나도 수리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며 "이동통신망 데이터 통신으로 수익을 내는 이통사 입장에서 자사 사업 수익을 저해하는 공공와이파이 관리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구청장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관내 공공와이파이 설비 작동상태를 점검한 결과, 서울시가 관리하는 설비 상태는 양호한 반면 통신사의 그것은 상태 불량인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통신사의 공공와이파이 품질에 실망한 시민들이 통신사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고 해석될 수 있는 뼈아픈 지적이다.

아울러, 시민들이 정부가 내세우는 통신사 위주 사업이 아닌 서울시의 자가망 기반 사업을 지지한 데는 통신사의 그간 행동이 '원죄'로 작용했으리란 견해도 제시됐다.

통신산업 연구기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이전 상황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통신사들은 핸드폰 제조사들에게 국내 출시 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삭제하거나 와이파이 기능 탑재 제품 출시를 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런 수법 탓에 고객들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 통신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 출시 이후 이 같은 일은 점차 사라졌지만, 자사 수익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데이터 통신 선택권을 막아왔던 통신사들의 행태가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싸늘한 데는 이처럼 '뿌리 깊은' 이유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정부와 통신사' 대(對) '서울시와 시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서울시 사업, 정부와 어떻게 다른가

서울시의 S-Net 사업 발표 이전에도 공공와이파이 제공은 이뤄지고 있었다. 당시의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대부분은 대형 통신사의 회선·설비를 이용했던 것으로 설치·관리도 통신사의 몫이었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가 통신사에 회선료 및 유지관리비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국 규모의 공공와이파이 구축 사업은 과거에 대한 반성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가 통신사에게 공공와이파이 구축비용(개소당 최대 600만원)의 70%를 지급해 통신사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설비 설치·운영 지역의 지자체가 통신사에 회선(사용)료를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방식을 통해 통신사가 설비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 달리,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발표했던 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 사업 계획은 서울시의 자가망을 기반으로 무선 엑세스포인트(AP)를 설치, 시민들에게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 S-Net 사업은 자가망을 이용하므로 통신사에게 회선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자가망은 매해 유지관리를 해왔던 것이라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자가망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또한, 입찰을 통해 와이파이 장비 구매 및 인프라 설치 공사를 추진하는 만큼 중소규모 정보통신산업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보장된다.

이렇듯, 사업 추진 방식의 차이는 사업 수행 주체의 차이를 낳는다.

중소규모 기업 비율이 높은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은 정부가 와이파이 설비 구축 사업을 서울시처럼 지자체별 공공입찰 방식으로 발주해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대형 통신사가 수행하는 것에 대해 "사업의 신속성, 효율성, 관리 편의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공사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서울시를 압박하는 등 대형 통신사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통신사들의 입김이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협의회도 이 부분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과기정통부가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반대한다면, 자칫 과기정통부가 시민의 이익이 아닌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말한 것이다.

 

■"설비 구축 입찰로 진행 가능"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은 정부가 거대 통신사를 통해 공공와이파이 설비를 구축하기 보다는 지역별 공공입찰 방식를 통해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와이파이 설계·구축 전문기업 대표는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규모 공공와이파이 구축 사업의 설비 설치 장소 비율은 실내와 실외가 거의 비등할 정도로 실내 비율이 높아 회선 구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회선료 지급을 조건으로 대형 통신사나 지역 케이블방송 사업자가 회선을 제공토록 하고, 설비 구축은 별도로 공공입찰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제시된 대안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와이파이 설비의 유선 백홀이 자가망이냐 통신사의 상용망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AP 등 장비 구매와 설치 공사는 입찰 발주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업체는 회선과 설비를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면 예산 절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설비 구축비용을 분석해보면 1개소당 AP(컨트롤러 및 라이선스 비용 포함)가 260만원, 설치비용 72만원, 이더넷전원장치(Power over Ethernet, PoE) 스위치 66만원 등으로 모두 400만원 정도가 산출된다. 반면, 정부가 정한 구축 비용 상한선은 1개소당 6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구축비용 1개소당 약 200만원을 통신사 이익으로 잡을 수 있다고 공사업체들은 말한다. 여기에 회선료까지 더해지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들 업체는 통신사가 그동안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대해 수익성이 없다며 불만을 수차례 제기해왔는데, 요즘 관련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결국 '남는 장사'여서가 아니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업체들은 정부가 대형통신사에게 공공와이파이 구축을 수행토록 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공사업체가 공공입찰을 통해 설비 설치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정해진 낙찰률을 적용한 사업비를 갖고 사업 수행을 할 수 있으므로 고품질 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를 통해 협력사 물량 배정 방식으로 예산을 받을 경우 사업관리 명목으로 수십%까지 떼이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의 협력사들이 물량 소화를 이유로 다른 업체에 사업 일부분을 나눠 주기도 하는데, 이때도 차감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하도급을 반복할수록 공사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시공 품질 확보를 위해 입찰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수도권 정보통신공사업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최근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공공와이파이 사업에서 중소규모 통신공사업체의 참여를 도와야 한다"며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행보는 전형적인 대형 통신사 이익 몰아주기에 불과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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