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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상화로 입체화 사업’ 턴키방식 통합발주 강행
대구시 ‘상화로 입체화 사업’ 턴키방식 통합발주 강행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9.2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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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통합발주 근거 불명확
특수공법·기술 등 구체성 결여

하자발생 시 책임관계 규명 등
분리도급 예외사유로 제시

“논리적 정당성 전혀 없다”
관련업계 비난 쇄도
대구시는 2023년까지 ‘상화로 입체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BtV 대규뉴스 캡처]
대구시는 2023년까지 ‘상화로 입체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BtV 대규뉴스 캡처]

대구광역시가 대규모 시설공사를 공종별로 분리하지 않고,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통합발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입찰 전문가와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들은 통합발주에 대한 대구시의 설명이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해 이번 사업을 반드시 분리발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추정금액 3228억 대형공사 눈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업은 지난 8월 27일, 대구시가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상화로 입체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도원동 일원에 총 연장 3.99km의 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사업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토목공사와 정보통신공사, 전기공사, 소방시설공사를 합한 추정금액이 3228억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공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에는 62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비상경보설비 및 비상방송설비, 긴급전화, CCTV 등의 정보통신설비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및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명시된 관련규정에 따른 것이다.

먼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재난방송 등 수신시설의 설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핵심내용은 도로와 철도시설 등의 소유자·점유자·관리자로 하여금 터널 또는 지하공간 등 방송수신 장애지역에 라디오 및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수신에 필요한 중계설비 등 방송통신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 고시인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비상경보설비 및 비상방송설비, CCTV, 유고감지설비, 재방송설비, 무선통신 보조설비 등의 설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중소 시공업체, 사업참여 어려워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는 대구시가 이번 사업을 공종별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발주 했다는 점이다. 즉, 대구시는 토목공사업 및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을 모두 등록한 업체만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대구시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이번 사업을 턴키방식으로 집행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설계와 시공에 관한 종합적인 사업수행 능력을 갖추지 않은 중소 시공업체는 이번 사업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조달청이 지난 15일까지 이번 사업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과 태영건설 컨소시엄 2곳이 관련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를 주축으로 한 일부업체만이 사업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가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업이 턴키방식의 통합발주로 입찰에 부쳐졌지만,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법령에 명시된 전문 시설공사의 분리도급 규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는 정보통신공사를 건설공사 또는 전기공사 등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괄발주 시 예상되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건설업체의 수주 독점과 저가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시공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울러 분리발주제도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에 초점을 맞춰 중소 정보통신전문업체가 계약상대자로서 발주자와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있다.

하위법령인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제25조에서는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의 예외사항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특허공법 등 특수한 기술이 적용되는 대형공사로서 하자책임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할 수 없는 경우 등 6가지 경우만이 분리발주 예외에 해당한다.

이 같은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정보통신공사는 반드시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구시는 이번 사업에 적용되는 특수한 공법이나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법령을 면밀하게 살펴볼 때 이번 사업은 분리도급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번 사업을 구성하는 정보통신공사 등 전문 시설공사를 공종별로 반드시 분리발주 해야 한다는 명확한 논리가 성립되는 셈이다.

 

분리발주 땐 하자책임 더 명확해져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이번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공종별 분리도급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하자발생시 책임관계 △설계·시공의 연계성 상실 △사업관리의 안정성 등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사업이 분리발주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입찰 전문가와 중소 시공업체는 대구시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는 이번 공사가 지하 30~40m 구간 대심도에 약 4km의 장대터널을 건설하는 것으로, 토목공사와 전기·정보통신공사 등 여러 공종이 복잡하게 연계돼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하는 공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하자발생시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가 터널공사와 대규모 시설공사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터널공사는 굴착공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정보통신공사 등 전문시설공사가 시작된다. 이에 공종별 분리도급으로 하자책임이 불분명해지거나 공정이 지연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건설공사 감리업체에서 현장관리를 맡게 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공종을 아우르는 종합계획을 세우거나 총괄적인 관리와 조정을 하기는 어렵지만, 공종 간 업무범위는 명확하게 설정된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든 건설공사든 시공자는 계약서 내용에 따라 공사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며, 시공자별 시공범위와 책임이 분명하게 구분된다”며 “이번 공사를 공종별로 분리도급 하면, 오히려 시공자별 하자책임이 명확하게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및 시공 연계, 품질확보 가능

대구시는 설계와 시공의 연계성을 감안할 때 이번 사업을 공종별로 분리도급 할 경우 시공품질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며, 사업관리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턴키방식의 통합발주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정보통신시설물의 설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수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토목공사와 정보통신공사는 별개의 공종이며 토목공사가 선행되고 난 뒤 정보통신공사가 이뤄지므로 공정상 특별히 연계되는 부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공종별 분리도급으로 시공관리나 조정이 곤란해 품질확보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건축·토목공사의 품질은 설계기준을 충실하게 따르는 성실시공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업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발주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에 따르면 2개 이상의 건설공사를 도급한 발주자는 공사현장에 안전보건조정자를 둬야 한다. 2개 이상의 공사가 같은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 작업의 혼재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법적인 안전장치를 감안할 때 공종별 분리도급으로 사업관리의 안정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업관리의 안정성과 분리발주는 전혀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부간선도로 지하차도 등 분리도급

대구시가 ‘상화로 입체화 사업’을 턴키방식으로 통합발주 한 것과 달리, 다수의 공공 발주처에서 터널 및 지하차도 관련사업을 집행하면서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 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원국토관리사무소와 부산·광주건설본부, 진주·익산지방관리청 등 국토부 산하기관에서는 지하차도(터널) 건설사업을 집행하면서, 해당 사업에 포함된 정보통신공사를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발주 했다.

또한 세종시 등 광역자치단체와 경기도 용인·부천·고양·양주시 등 기초지자체도 지하차도(터널) 건설에 관련된 정보통신공사를 분리 도급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지난 3월 11일 총 사업비 1500억원 규모의 ‘동부간선도로 지하차도 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토목공사와 전문소방시설공사만을 기본설계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공고해 관심을 모았다.

당초 서울시는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전체 공사를 기본설계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정보통신공사 및 전기공사는 분리 도급했다.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에 대한 관련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발주한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 건립공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과총은 중앙건설기술심의원회에 의결에 따라 해당 공사를 턴키방식으로 통합발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해당 공사 통합발주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정보통신공사협회는 형사고발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과총은 중앙건설기술심의원회의 재심의를 거치지 않고 지난 4월 9월 해당 공사에 포함된 정보통신공사를 분리해 입찰공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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