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39 (화)
[기자수첩] 공공와이파이 사업, '똘짓' 하지 말자
[기자수첩] 공공와이파이 사업, '똘짓' 하지 말자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0.10.11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광하 기자.
박광하 기자.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어리석은 짓이라는 뜻의 '똘짓(또라이짓)' 발언이 나와 화제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와이파이 확대 사업에 대해 "왜 국민 세금을 이런 곳에 쓰느냐"며 "똘짓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라이가 일본말인 줄 알았는데, 순수한 우리말이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박 의원 개인의 품격뿐만이 아니라 국회의 품격까지 곤두박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국회에서 비속어를 썼다는 점도 문제지만 저런 말이 국감에서 나왔는데도 별다른 징계가 없다는 점 또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민들이 낸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를 감시하는 게 국회의원의 책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세금 낭비라고 판단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을 질책하는 박 의원의 행동은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

따질 것은 따지고, 밝힐 것은 밝히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라고 매년 국감을 하는 것일 테니까.

예전에는 국회의원이 명패를 집어 던지고 그랬다.

더욱이, 박 의원의 공공와이파이 비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무선 데이터 트래픽 총량은 68만테라바이트(TB)로, 이 가운데 와이파이 트래픽은 1만3000TB(1.91%)에 불과하다. 그는 "공공와이파이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 트래픽의 0.1%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공와이파이를 5만여개로 확대해도 트래픽은 전체의 0.4% 비중"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공공와이파이 사용 실적이 미미하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의 계획대로 공공와이파이 구축이 완료되면 매해 230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또한 (내용연수가) 약 6년밖에 안 되는 무선 액세스포인트(AP) 장비는 한번 바꿀 때마다 대당 100만원을 넘게 지출해야 한다"고 유지관리 면에서 세금이 적잖이 지출된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굳이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해야겠다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미 구축해놓은 30~40만개의 상용와이파이를 전체 개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막무가내식 비난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국감을 통해 예산이 절감되고, 시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고, 공공사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똘짓' 같은 말은 백번 천번 더 해도 괜찮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박 의원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공공와이파이가 외면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

그동안 공공와이파이 설비 대다수는 대형 통신사가 구축, 유지관리를 수행했다. 그런데, 그동안 이들 설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와이파이 품질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울시의 최근 실외 공공와이파이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얼마 전 기자 회견에서 "서울시가 관내 공공와이파이 설비 작동상태를 점검한 결과, 서울시가 관리하는 설비 상태는 양호한 반면 통신사의 그것은 상태 불량인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와이파이 추진 방법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울시의 자가망 활용 방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대형 통신사들이 그동안 공공와이파이 제공을 소홀히 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결과다.

 

대형 통신사의 상용와이파이 상태도 점검해봐야 한다.

와이파이망 설계·구축 업체들은 상용와이파이 성능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철도 객차 내에 설치되는 통신3사의 상용와이파이 AP의 경우, 동시접속자가 10여명만 넘어가도 고화질(HD) 동영상 시청을 위한 2Mbps 속도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상용와이파이가) 있으나 마나 수준이라서 LTE나 5G 등의 이동통신망으로 인터넷을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통신사의 상용와이파이 개방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수요에 대응하는 고성능 공공와이파이 설비를 갖추는 것이 우선 아닐까 묻고 싶다.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과 오세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결같이 추진해 온 사업이기도 하다. 무상 와이파이를 제공해 시민들의 통신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정보통신 활성화를 통해 각종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취지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인정받은 게 아니겠나.

국회가 와이파이 관련 산·학·연 전문가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길 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3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