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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마트공장, 정책만 신났다
[기자수첩] 스마트공장, 정책만 신났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11.18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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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왼손과 오른손이 딱 그만큼의 힘과 각도로 맞닿을 때 가장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이지 한쪽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둔탁한 소리가 나기 일쑤다. 아프기만 하다.

스마트공장을 두고 정부와 제조현장과의 관계가 딱 이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정부는 ‘스마트 제조혁신 실행 전략’을 발표하며 스마트공장의 질적 고도화에 기치를 내걸었다. 그간 약 2만여개의 스마트공장이 보급됐으며 이들은 생산성을 30% 높이고, 원가를 15% 절감했다는 성과도 곁들였다.

스마트공장이 확산될만큼 됐으니 이제 질적으로 더 우수한 스마트공장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그 핵심엔 5G와 인공지능(AI)이 있다.

왼손이 하는 일은 알겠는데 오른손은 어디에 있나. 애초에 박수를 칠 마음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했던 ‘중소제조업 4차 산업혁명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도입을 비롯한 제조현장 개선을 위한 컨설팅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 약 73%가 넘는 제조업체가 부정적인 의향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으니 그 의식이 이제 긍정적으로 변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정부의 정책이 제조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남발하는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쯤되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고 하는 2만여 업체의 실상이 궁금해진다. 스마트공장은 ‘했다, 안 했다’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도입했어도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아마 스마트공장의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공장은 생산물품이 제각각이고 그 공정도 회사마다 다 다르다. 이를 어느 한 가지 정책으로 묶으려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공통된 주제는 분명히 있다. 바로 ‘안전’이다.

스마트공장이라고 할 때 정부와 ICT업계는 그것이 가져다줄 '효율'에 주안점을 두지만, 제조업계에선 이를 통해 작업자가 얼마나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진다는 얘기다. 이토록 접근방식이 다른데 박수소리가 날리 만무하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지 않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스마트 제조혁신 실행 전략’에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 전무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아무리 글로벌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간다고 하지만, 그에 따라가기만 급급해 내실을 다지지 못한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건 성경에나 있어야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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