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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구자 육성 환경 조성돼야
[기자수첩]연구자 육성 환경 조성돼야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11.2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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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최근 과기정통부가 내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간의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패널 중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실장이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와 연구인력을 채용하는 수요자로서 그가 느낀 점은 요즘 학생들 및 젊은 연구자들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연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능력 유무는 과거 교육받은 연구교육환경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가 없거나 과제 기반 연구에 쫓기는 연구 환경 출신들은 수동적이고 지시업무에 대해서는 우수하게 처리하지만 , 연구 자율성을 주면 무력하다는 것이다.

연구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연구과제를 따기 위한 '잡무'들만 처리하다 보면, 잡무의 귀재가 돼 졸업한다는 말로 해석됐다.

그녀는 “현실적으로 학생 인건비, 연구비가 없으면 연구실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교수들은 열심히 과제를 따야 하고, 이를 위해 제안서, 발표, 평가를 위한 계획서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루틴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 대학원생, 특히 연구과제가 많은 공대 대학원생들의 처우 문제는 이미 국내에서 역사가 오래돼 '썩을 대로 썩은' 영역이다. 상사에게도 할 말 다 한다는 겁없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최근 대학원생 노조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대응 노력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요즘 같은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학생들 인건비로 계상된 연구비는 고스란히 교수 통장으로 입금되고 대학원생들에게는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는 것은 약과였다. 학생들의 영혼을 갈아넣어 과제를 수행해도 담당 교수의 성과로 인정될 뿐이었다.

그나마 연구에 투입되면 다행이다. 기자가 되기 전 잠시 대학 관련 기관에서 종사하면서 교수 개인 사업 운영이나 심지어 개인적인 용무 처리에 대학원생들이 '활용'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해당 분야에서 절대 기득권을 보유한 교수의 눈밖에 났다가는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의 생존도 위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동자는 그래도 불완전하게나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만, 이들에게는 4대 보험도, 월급도 없이 착취당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상아탑에 입성한 청춘들이 일찌감치 현실의 쓴맛을 느끼고 얼굴빛을 잃어가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공부다운 공부, 연구다운 연구를 하려면 국내 대학원은 1순위로 피해야 할 선택지였다. 사실 지금 달라졌다면 윤 실장의 문제의 발언도 들을 수 없었을 거고, '대학원생 처우 개선 강화 방안'이라는 다소 어색한 정책이 이번 기본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많이 늦었더라도 이번 계획에 포함된 대학원생 인건비 통합관리체계 도입을 확대 등 관련 정책들이 반갑다. 이러한 보호 장치들이 지속적으로 시도된다면 뿌리깊은 관행들도 조금씩 힘을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실 단위의 과제 수주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을 위한 기관 단위의 블록펀딩 제도도 확대된다고 한다.

이런 정책들이 잘 수행돼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자들로 양성되는 국내 연구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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