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부담 더 가혹할 것”
생태계 악영향…정부 개입해야
애플, 11억이하 매출 시 30%→15% ‘인하’ 눈길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모든 콘텐츠에 대해 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할 경우 내년도 콘텐츠 산업 매출은 최대 3조58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0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정책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구글 63%, 애플 25%, 원스토어 11% 순이다.
폐쇄정책을 유지해온 애플과 달리 오픈베이스로 운영했던 구글은 지난 6월 새 결제 시스템인 '빌링 라이브러리 버전3'를 발표하고 그간 게임 외 카테코리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인앱 결제 수수료를 게임과 같은 30% 수준으로 하반기부터 확대 적용키로 했다. 또한 우회결제를 허용하던 기존 정책에서 인앱 결제를 강제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8월 2일부터 새로 출시되는 모든 앱에는 새 결제 시스템이 의무 적용되고 있다. 기존앱은 내년 11월 1일까지 업데이트를 완료해야 한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구글이 모든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적용할 경우 내년도 콘텐츠 산업은 연간 약 2조1127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30%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앱스토어까지 고려한다면 총 3조5838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2조9408억원의 생산 감소 효과와 1만8220명의 총 노동 감소효과가 추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콘텐츠 가격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의 매출 감소 예상액은 최대 2조7818억원에서 최소 1조1591억원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는 합리적인 추정은 아니라고 유 교수는 말했다.
그는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2016년 이후 매년 10.3%씩 성장하고 있으므로 향후 매출 감소 효과는 점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구글의 혁신에 의한 공헌에 대한 보상은 이제 충분하며, 사회적 효용 및 이익 증대를 위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무료 서비스 제공해 네트워크효과 및 고착효과를 창출하고 이용자를 종속시킨 후 유료화 정책으로 고율 수수료를 매기고 다른 서비스를 연계해 판대, 경쟁자와의 거래를 차단하는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착취 및 배제 관행으로,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화하라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유료화하라는 것"이라며 "구글측이 시장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왜 30%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정책변경이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적용될 수 있으며, 약관규제법 상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과 ‘고객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 등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김동희 한국저작권위원회선임연구원은 “음원 전송서비스는 서비스사업자의 매출액 30~35%로 10%의 네트워크 유지비용과 현행 10~15%의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고, 영상물 전송서비스의 경우 콘텐츠 수급비용과 네트워크 유지비용이 총 매출액의 70% 가까이 된다”며 “수수료를 30%로 인상할 경우, 사업자의 이익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어 결국 저작권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했을 때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는 종업원 급여의 최대 2.8배, 연구개발비의 최대 4.4배 수준으로, 비용 부담은 중소기업에게 더 가혹할 것으로 예상돼 단순히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공정 경쟁을 독려해야 할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하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용자들의 요금은 구글 및 애플의 수수료에 종속돼 더 인상되고, 이 경우 앱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OTT 서비스인 웨이브의 경우 30%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애플은 1만1500원인 데 반해 구글은 7900원, 멜론은 애플이 1만5000원, 구글이 1만900원으로 서비스 요금에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은 30%이나, 후일 40~50%의 수수료 인상이 없으란 법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영석 작가는 “우리나라 안에서 많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시장이 형성되어야 작가들도 양성되고 성장할 수 있는데, 과도한 수수료 부과로 그런 환경 조성이 어려워진다”며 “국회에서 인앱결제 방지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은 음악산업계 이외 다른 콘텐츠 산업의 경우 앱 개발자‧콘텐츠 생산자의 이윤 압착 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만약 서비스사업자가 전체 매출액 중 앱 마켓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액 기준으로 사용료를 지급할 경우 30% 가량의 손해가 아티스트에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4%가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30% 인상이 과도하다 느낀다”며 “앱마켓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하며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0% 수수료를 이미 적용하고 있었던 애플이 중소개발자에 한해 앱 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올해 앱스토어를 통한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이 100만달러(약 11억1430만원) 이하인 중소개발사에는 15%의 수수료만 물리기로 한 것이다.
단, 애플은 100만달러 이상 수식을 창출하는 즉시 30%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