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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백신개발의 경제학
[전문가칼럼]백신개발의 경제학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0.12.16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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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위기에 출구가 있다는 신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감염병 위기의 근 본적 해결책인 백신개발에 진전이 있기 때문이다.

백신개발은 보통 몇년씩 걸리고, 아예 개발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개발은 몇달 만에 상당한 효능이 입증된 사례들이 나오는 등 유 례없이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적 틀을 통해 백신개발의 성공요인을 짚어보고 자 한다. 먼저 공급측면에서 보면 백신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이오사이언스 곧 생명과학 역량이다.

단지 기초과학적 역량으로만 되는 게 아니고, 과학적 성과를 환자치료로 연결하는 이전연구(translational research) 역량이 있어야 한다. 바이오 선진국들은 이런 이전연구 역량과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 성과가 나 왔다고 발표되고 있는 백신개발에는 연구기관들 특히 글로벌제약사 연구팀들의 역량이 그 원동력이다.

그런데 신약이든 백신이든 연구기관이나 기업에 개발능력이 있다고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속될 말로 돈이 되지 않으면 개발되지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2-3년전부터 유럽연합정부는 코로나바이 러스와 같은 감염병에 대비하는 백신개발 연구프로젝트를 글로벌제약사들에게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그 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인 대유행병으로 번지면서 글로벌제약사들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이들은 긴급 히 유럽정부와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 참여했다. 수요에서는 두가지 요소를 봐야한다.

첫째는 절대적 필요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엄청난 인명손실 을 가져오고 글로벌 경제침체를 가져오자 백신의 필요성은 분명해졌다.

둘째는 돈이 따르는 수요다. 아무 리 절대적인 의미에서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돈을 쓰겠다는 사람들이 없으면 개발될 수 없다. 바이 오텍 회사 모더나를 예로 들면, 백신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비용과 투자위험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을텐 데 미국정부에서 25억달러(약2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글로벌제약사인 화이자는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성과를 내었다. 이러한 분석의 틀을 한국상황에 대입해보자.

가장 큰 약점은 공급면에서 바이오사이언스 특히 이전 연구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수요면에서도 절대적 필요는 있으나 개발에 투자할 재원은 민간에도 정부에도 부족하다. 백신후보는 몇 개 만들어낼 수 있을 지 몰라도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시험까지 끝낼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사태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특히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은 큰 문제다. 그러므로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름길은 없다. 우선 생명과학과 이전연구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자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도 재원을 투입해서 바이오 선진국들과 연구협력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한 다.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바이오 벤처투자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제대로 된 투자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많은 신생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나 이 중 살아남을 기업은 별로 없다. 제대로 된 시장조사도 기술선별 과정도 없이 투자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설사 기술력이 있어도 성공할 때까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이 부 족하다. 누구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한국의 바이오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제대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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