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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후폭풍…산업계 반발 커져
중대재해법 후폭풍…산업계 반발 커져
  • 김연균 기자
  • 승인 2021.01.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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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사고로 사망 경우
사업주 최소 1년 이상 징역

사전예방 보다 기업 처벌 위주
과도한 형량, 수주 감소 우려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설에 대한 투자, 그리고 교육 및 인식 변화를 위한 동기 부여 목적이 아닌 ‘기업 처벌용 입법’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반대하는 기업은 없겠지만, 이번 입법은 기업에게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산재의 모든 책임을 지우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지난 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의결했다.

이번 법안은 그간 잇달았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산재나 사고로 근로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법안의 여파를 감안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 법이 적용된다.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

법 시행까지 1년(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의 유예기간이 남았지만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원·하청 동시 처벌과 처벌 수위의 상향 조정은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칙과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주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 하청 대신 자동화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도급 등 탄력적인 외부 인력 운용의 위축에 따른 기업 경쟁력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전적으로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운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단체들은 현장의 부작용이 크게 예상되는 만큼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으로 변경 △반복적 사망시에만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주 의무 구체화 및 의무 다할 경우 처벌 면제 규정 △50인 이상 중소기업에도 최소 2년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마지막까지 △사업주 징역 하한→상한변경 △반복 사망시만 법 적용 △의무 구체적 명시 등 3가지만이라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하나도 검토되지 않아 결국 이 법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기업”이라며 “사업주 징역으로 기업이 문을 닫으면 결국 재해원인 분석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까지 없어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상황 무시, 법 따로

중대재해법이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업의 경우 업체마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청을 비롯해 하청 기업,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까지 근무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도 시공능력 10위 이내 업체의 건설 현장수가 업체당 27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67개의 해외현장도 포함돼 있다.

현장에 상주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시스템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인데, 현장상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CEO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아파트 공사장은 대형업체의 경우 아파트 현장이 상시 50개 정도 가동된다. 1개 현장당 일 투입 근로자가 최소한 500~1000명에 달한다. 하루에 2만5000~5만명의 근로자가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에 있는 CEO가 근로자 각각에 대한 안전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게 건단련 측 주장이다.

특히 “기업이나 CEO 통제범위 밖에 있는 일로 처벌을 받는 것은 기업의 운명을 말 그대로 운에 맡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지원에 초점 맞춰야

해외 선진국의 경우 산업안전 정책은 ‘사후처벌’이 아닌 ‘사전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EU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재원 부족, 안전보건 역량 및 기술 부족, 안전보건 정보의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제재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의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안전증진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준다.

이탈리아는 산재보험료 결정 시 재해율 외에 재해예방대책 도입여부를 평가하고, 안전장비·유해환경 개선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도 안전조치 비용을 지원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활동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산업현장의 효과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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