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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예외 허용 조건 구체화·규범력 확보 필요
망 중립성 예외 허용 조건 구체화·규범력 확보 필요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1.01.2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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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과 인터넷 10년’ 토론회

특수서비스 허용 요구했지만
5G 적용 사례 세계적으로 전무
통신사 악용 가능성 지적

정부, “기존 서비스 저하 불가
3월 발간 해설서에 명시할 것”
27일 열린 망중립성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5G 활성화에 필수적이라는 '특수서비스'의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27일 열린 망중립성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5G 활성화에 필수적이라는 '특수서비스'의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네트워크 슬라이싱 구현 및 원격 의료,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되온 망 중립성의 예외인 ‘특수서비스’의 실체가 없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조건 역시 망 중립성 원칙을 흔들 수 있는 허점으로 지적됐다. 

27일 오픈넷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망 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ISP), 즉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트래픽의 내용, 유형, 단말기기 등에 관계 없이 차별·차단하지 않고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2011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14년 통신사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제정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5G 등 네트워크 지능화 움직임에 따라 통신사 중심으로 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현행 가이드라인 개정 요구가 제기됐다.

일반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다른 특정 수준의 품질보장(QoS)이 요구되는 서비스 제공의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융합서비스의 확산과정에서 일반 인터넷의 품질이 저하되는 등 이용자 권리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19년부터 연구반을 운영했고, 지난 1월부터 개정 가이드라인이 시행됐다.

개정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인터넷 트래픽 관리 방침을 공개(제4조) △차단 금지(제5조) △불합리한 차별 금지(제6조) △법령상 필요한 경우 예외적 트래픽 관리 허용(제7조) 등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가이드라인 개정의 핵심은 투명성”이라며 “인터넷접속서비스와 특수서비스의 현황, 품질영향 등에 대한 점검(모니터링)과 정보요청 규정을 신설해, 콘텐츠사업자 등 이용자에게 실질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핵심 이슈는 사실상 망 중립성의 예외가 인정되는 특수서비스의 개념과 요건(제8조)에 대한 것이었다.

특수서비스는 특정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일정 품질수준(지연수준, 연결성 등)을 보장해 특정용도로 제공하되 인터넷서비스와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구분된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서비스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하고 △특수서비스를 망 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G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특수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G 특화망 등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특수서비스가 아닌, 망 전체를 횡단하는 방식의 특수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이 합리적이라면 허용된다는 식으로 규정을 느슨하게 만들어놓음으로써 스타트업이 계속 차별받는 사례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SK텔레콤이 11번가에 대해 제로레이팅을 실시함으로써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나 인터넷, 산업 생태계 보호라는 지엽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어 중요하다”며 “특수서비스의 허용이 ‘특별 서비스’를 허용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전 다양한 공청회에서 특수서비스를 허용해서는 안 되고, 허용할 경우 명확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했지만 적용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이 법규성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무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는 특수서비스의 개념 정의 및 허용 조건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이에 따른 집행의 어려움과 함께 법제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특수서비스의 특정 용도의 의미 및 적정 수준의 기준과 판단 주체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침묵하고 있다”며 “기술 수준의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이나 판단주체의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어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세심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남철 과장은 “적정 수준에 대해 통신사들이 약관으로 제공 속도를 공지하도록 돼 있고, 통상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3월까지 해설서를 만들 예정으로, 여기에 품질 저하는 허용되지 않는 의미를 포함시키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대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 스타트업포럼이 연구반 초창기부터 참여했고 통신사, 왓챠, 카카오 등 관련 대표기업들이 개정 작업에 참여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전문가 및 정책자문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통신사가 자사 콘텐츠를 경쟁 콘텐츠와 차별해 제로레이팅하는 것은 명백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거기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호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망 중립성 정책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유럽 연합 사례에 대해 무비판적인 적용이 아니라 국내 특수성을 고려해 조율해야 하고, 여기에는 실증적 증거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박경신 이사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차별은 합리성이나 불합리성과 무관하게 금지해야 하고,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는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하며, 특수서비스는 일반 인터넷의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한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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