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39 (목)
비전문가 설계·감리, 부실용역·불법 저가하도급 초래
비전문가 설계·감리, 부실용역·불법 저가하도급 초래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1.29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논란

정보통신·건축·전기분야
직무·자격종목 전혀 달라

전기·건축업자가 일 맡으면
ICT 전문인력 역차별 우려

전기업자 주장 정당성 결여
규제완화·공정경쟁 앞세워
통신시장 무임승차 노려

정보통신공사 설계 및 감리의 수행자격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법안 발의과정에서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업무를 둘러싼 불합리한 도급구조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부족했으며, 정보통신업계에 대한 체계적인 의견수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축사, 정보통신 용역업자에게 하도급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정민 의원 측은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해 온 기존 건축사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용역업자도 해당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정보통신용역업체들은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업무를 전기용역업자들이 수행해 왔다는 홍정민 의원실의 설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안 발의의 출발점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실제 정보통신 용역시장에서는 건축사가 정보통신 설계·감리에 대한 전문 기술력과 경험 등이 부족해 정보통신 용역업자에게 관련업무를 하도급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사회도 “정보통신용역을 겸하는 일부 전기설계업자들이 헐값에 하도급 받아 일을 처리한 것을 전기용역업자들이 정보통신 설계·감리업무를 널리 수행해온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전기 용역업자들이 규제완화와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시장에 무임승차 하려는 게 문제의 본질인데 홍정민 의원 측에서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입법 취지, 사업범위 등 상이

전기 용역업자와 건축사 모두가 정보통신 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입법 취지와 사업범위 등이 서로 다른 내용을 하나의 법률에서 다루려 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전력기술관리법 제2조에서는 설계·감리대상을 전력시설물로 정하고, 이를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기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기사업법상의 전기설비에는 전기통신설비(정보통신설비)가 제외돼 있다. 이에 정보통신공사 설계 및 감리대상을 정보통신설비로 정하는 정보통신공사업법과 상충된다.

특히 정보통신설비의 전문화·고도화로 해당설비의 설치에 대해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함에도 ICT분야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전기 기술인력과 건축사에게 정보통신 설계·감리에 관한 자격을 부여한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개정안에 명시된 것처럼 ICT 비전문가에게 정보통신 설계·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부실용역과 불법 저가하도급을 유발하는 등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산업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ICT 비전문가의 정보통신 설계·감리업무 수행은 정보통신 용역업자 및 ICT 전문인력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을 초래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문 기술적으로 별개…직무·자격도 달라

이와 함께, 학문적 기술적으로 완전히 별개인 정보통신분야와 전기·건축분야 모두 정보통신 설계·감리를 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부실용역을 초래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정보통신과 전기·건축분야는 1970년대부터 별개 분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ICT 및 관련장비의 발전으로 동일분야로 인식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시공 및 설계자격 등도 개별법령에 의해 별도로 규정돼 있다.

또한 국가기술자격법상 전기 및 건축분야의 기술사·기사 등 기술인력은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인력과 직무분야 및 자격종목, 시험과목, 관련학과 등을 서로 달리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전력기술관리법에 명시된 설계·감리업자 등의 업무범위는 송전·배전·발전 등 전력·전기분야로 한정돼 있다.

정보통신분야와 전기·건축분야가 학문적 기술적으로 완전히 별개분야이고 상이한 체계를 가진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용역업자의 범위에 건축·전기 등 타 분야를 포함시켜 해당분야 기술인력이 정보통신 용역의 고유업무까지 모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분야별 전문기술 및 기능에 따라 직무 수행능력 및 직종을 구분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법 및 기술사법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전기업역 확대 위해 일방적 주장 펼쳐

그렇지만 전기업계는 전기 기술인력의 업무범위 확대를 위해 법적인 정당성이 결여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및 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의 경우 전기 기술인력도 정보통신공사업법에 의한 설계·감리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여러 방법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기업계는 그간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전력기술관리법, 전기공사업법 등 개별법령에 따라 각각의 공사로 규정된 사업을 발주자로부터 수주받아 수행한 것으로 이번 법률 개정과는 무관하다는 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의 반박이다.

더욱이 개정안 발의 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 등 실제 정보통신 관련 이해관계 단체와의 협의는 거치지 않아 체계적인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 밖에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 건축설비에 포함되는 정보통신설비의 설계 및 감리를 건축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조항에 따라 ICT 전문가인 정보통신용역업자가 관련업무 수행자격에서 배제되는 등 경쟁제한적 규제로 작용하고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는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 업무의 건축사 독점을 경쟁제한 규제개선 과제로 선정해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 등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관계부처에 통보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5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