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걷지도 못하는데 날 생각부터
[기자수첩] 걷지도 못하는데 날 생각부터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4.01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꽉 막힌 도로 한 가운데 수십분을 서있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 그냥 날아서 가고 싶다!

최근 정부가 도심항공교통을 실현하기 위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쉽게 말해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는 드론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교통체증 걱정할 필요없는 세상이 드디어 오는 것인가.

상용화 시점이 사뭇 놀랍다. 2025년.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사람은 싣지만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비행을 구현하겠단다.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자율주행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긴 하다. 하늘엔 장애물이 없으니까.

그런데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사람을 실어나르는 교통수단이라면 드론이 발전된 기술인가, 비행기 혹은 헬리콥터의 변형인가,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형태인가.

너무 영화 같은 세번째 버전은 잠시 접어두자. 외국에선 저런 물건이 없는 건 아닌데, 땅덩어리가 넓고 차가 별로 안 다니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우리나라에선 날개 한번 잘못 폈다간 앞뒤옆차 다 긁어놓고 난리 블루스가 날 판이다.

그래도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가 UAM 산업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고 하니 자동차와 완전 별개의 아이템은 아닌 듯싶다. 컨셉 형태로 제시한 것을 보니 거의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다. 몇몇 대기업이 제시한 구상도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마 우리나라는 두번째 버전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 짐작된다.

문제는 첫번째, 지금의 소형 드론이 발전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선진국과 엄청난 기술 격차를 감당해야 할 듯 보인다.

작년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의 드론 원천기술은 최고 선진국 대비 65.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간이동체 인터페이스(HMI) 기술수준이 미국 대비 62.6%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무려 6.5년에 달한다. 이밖에 통신(66.3%), 자율지능(64.5%), 동력원 및 이동(71.2%) 분야 역시 각각 4.3년, 4.9년. 4.8년 격차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사람을 태운 드론이라니,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를 날아보라고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남 탓할 것 없이, 드론 산업이 움트기 시작할 때 온갖 규제와 규제의 융단폭격을 쏟아부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시장도 크지 못하고 기업도 크지 못하고, 영세 업체만 즐비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중국은 ‘DJI’라는 세계적인 드론 기업을 육성해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K-드론관제시스템’ 실증 행사를 열었을 때 우리나라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드론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는데, 실증을 선보인 드론 택시가 중국산이었다. 앞에 ‘K’는 대체 왜 붙인 것인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5년내 상용화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정부는 어찌저찌 결과물을 내놓긴 할 것이다. 역사적인 1호 탑승 시민은 지원자를 뽑아야지 제비뽑기로 뽑아선 안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