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55 (목)
조달청 종합쇼핑몰, '시중가 3배' 제품 판매 논란
조달청 종합쇼핑몰, '시중가 3배' 제품 판매 논란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4.03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달청, 문제 제기 이후 등록 취소
등록업체와 법적 분쟁까지 겪어

수입·유통사, 납품가 인하 요구
국내 제조사 "팔수록 손해" 분통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돼 시중가보다 세배 이상 비싸게 팔린 디지털 오디오 믹서 제품. [사진=제조사 웹사이트]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돼 시중가보다 세배 이상 비싸게 팔린 디지털 오디오 믹서 제품. [사진=제조사 웹사이트]

조달청이 운영하는 조달 시스템이 제품 가격 폭리 문제로 얼룩지고 있다.

조달 등록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기관은 예산 낭비, 제품 제조 기업은 헐값 납품 압박을 겪는 등 "누구를 위한 조달 시스템인지 모르겠다"라는 불만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조달청은 조달 행정을 개선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달 행정 참여 주체들은 사후 처방이 아닌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업체는 외국 기업 B사가 제조한 디지털 오디오믹서 'C' 제품을 지난해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했다. C는 시중에서 약 270만원에 팔리는 제품이다.

문제는 C의 조달청 종합쇼핑몰 등록 가격이 930만원이었단 사실이다.

조달 가격에 제품 설치·세팅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중가의 344%에 이르는 가격은 지나치다는 게 방송장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조달청에 등록된 C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100% 같은 것은 아니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일부 변경했음을 의미하는 'v2(둘째 버전)'가 제품 모델명에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방송장비 전문가들은 오리지널 제품과 v2 제품은 성능·기능상 차이점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펌웨어 변경을 통해 약간의 기능적 차이가 존재할 뿐, 실제 이용 면에서는 똑같은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방송장비 설계·구축 기술자는 "제조사인 B조차 오리지널 제품과 v2 제품의 차이를 웹사이트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며 "두 모델의 차이가 현저하다면 홍보 목적에서라도 차이점을 자세하게 설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를 구매한 기관들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제품과 v2 제품의 차이를 물어봤을 때도 구매 제품과 오리지널 제품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거나 설명하는 기관은 없었다.

A가 이 같은 수법으로 조달청 종합쇼핑몰을 통해 시중가보다 3배 이상의 가격에 C를 판매하며 폭리를 취해왔지만, 조달청은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20여곳의 기관이 C를 25대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 제품 모두 조달 등록 가격인 930만원에 팔렸다.

조달청 종합쇼핑몰에서 C를 사들인 기관들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지자체 구매 담당자는 통화에서 "입찰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가 조달청 종합쇼핑몰 아닌가"라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조달 제품 등록 전에 시장가격 비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조달청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구매 담당자가 인터넷을 통해 해당 제품의 가격을 확인했더라면 3배 이상 차이나는 조달 가격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아마존이나 네이버 쇼핑 등에서 해당 제품을 검색하면 가격이 300만원 이하라는 사실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조달청 탓만 하는 수요기관 담당자들은 시민들이 낸 세금을 아껴서 써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조달청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업체가 제시하는 세금계산서 등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쌍방간 협의를 통해 가격을 정한다"며 "납품 중 가격변동 요인, 불공정 거래 등의 사례가 발생할 때에는 이를 즉각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고가 접수되면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3배 이상 가격으로 팔린 C에 대해서는 "제보를 접수해 확인을 거쳐 조달청 종합쇼핑몰에서 등록을 취소했다"며 "현재 C를 종합쇼핑몰에 등록한 업체와 법적 분쟁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제품 제조사들도 종합쇼핑몰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조달청에 물품을 등록하는 수입·유통업체들이 마진율 보장을 이유로 제조원가 이하로 납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제품을 아무리 많이 공급하더라도 적정 이익을 얻기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결국 수요기관, 제품 제조사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달청은 조달 행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조달 행정 참여 주체들은 조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신고나 제보에 의한 사후적 처리가 아니라, 제품 등록 단계에서부터 시장가격 조사를 철저히 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3-28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