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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상과 호구 사이
[기자수첩] 진상과 호구 사이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4.21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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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지 않는 5G에 대한 논란이 채 해소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번엔 유선 인터넷이 시끄럽다.

문제의 발단은 IT 전문 유튜버인 ‘잇섭’이 자신이 사용 중인 KT 10기가인터넷(10Gbps) 서비스가 실제론 100Mbps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10기가인터넷은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유선 인터넷 중에선 가장 빠른 속도다. 요금만해도 월 8만8000원이다. 유선 인터넷은 보통 이동통신과 결합상품, 혹은 이런저런 할인 혜택을 통해 거의 무료로 쓰는 집도 많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요금임이 틀림없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하면 문제가 될 리 없다. 잇섭도 누군가 강제로 그 서비스를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영상의 업로드∙다운로드가 빈번한 업무의 특성상 10기가인터넷이 가장 쾌적한 환경이었기에 가입을 했을 것이다.

10기가인터넷은 정부가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말그대로 가입자당 최대 10Gbps급의 속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론적으로 2.5Gbps까지는 속도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10기가인터넷이 어느 가정에서나 쓰고 싶다고 막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85개시의 10기가인터넷 보급률은 16.6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100분 1이나 속도가 ‘후려치기’ 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0기가인터넷의 이론상 최저 속도인 2.5Gbps를 감안해도 이건 너무하다.

유선 인터넷 속도가 업체 측에서 광고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반 가입자들 사이에서도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그걸 몰라서 가만히 있겠는가. 단지 아무리 느려도 인터넷 서핑이나 온라인 게임 돌리는 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업체에 따지고 들기 시작할 때 들여야 할 시간적, 정신적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그냥 눈감아 주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가장 웃긴 지점이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바꿔 말하면, 가입자가 한번 날잡아서 업체에 ‘진상’을 부리고 나면 서비스가 개선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금을 깎을 수도 있다. 이게 도대체 웃어야 될 일인가, 울어야 될 일인가!

잇섭도 10기가인터넷이 속도가 안 나오자 KT 고객센터에서 간단한 초기화 작업으로 속도를 복구시켰다며, 이를 왜 소비자가 먼저 체크해서 알려줘야 고쳐지는지 의아해했다. 이러한 지적이 없었다면 언제까지고 10기가인터넷 요금을 물면서 100메가짜리 인터넷을 썼을 지 모를 일이다.

‘호구’가 되느니 ‘진상’ 고객이 되겠다는 소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분명한 건 진상 고객이 될 원인 제공은 통신사가 했다.

어쩜 이리도 5G 사태와 다를 바가 없을까. 욕을 먹으면서도 서비스 개선에 의지가 없는 건 1000만 호구들의 등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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