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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현실로 다가온 가상세계
[창가에서] 현실로 다가온 가상세계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5.22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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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5월의 뒷자락, 화려한 꽃들은 신록에게 자리를 내주고 여름 맞을 준비를 한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문장을 빌리자면 유월엔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속절없이 시드는 봄꽃이 무척 아쉽다.

​최근 몇몇 대학들은 떠나는 봄의 아쉬움을 흥겨운 축제로 달랬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매일 등교해서 정상수업조차 하기 힘든 코로나 시국에 축제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지만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이들 대학의 축제는 실제 대학 교정이 아닌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 속의 가상공간에서 열렸다. 건국대의 경우 가상공간 축제 ‘KON-TACT’를 열어 온라인 화면에 대학 캠퍼스를 구현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 화면에 나타난 대학 건물 곳곳을 누비며 비대면 축제를 즐겼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진 방 탈출 게임이나 예술작품 전시회, e스포츠 대회로 온택트 축제만의 신명이 살아났다.

​대학의 가상공간 축제는 ‘메타버스’ 시대의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가상융합기술(XR: eXtended Reality)은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합집합이다. VR은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에 더해 AR은 가상공간을 더욱 확장시켜 사람들 사이의 교류와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XR은 가상융합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서 제조·의료·건설·교육·유통·국방 등 주요 산업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XR을 안전교육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XR의 발전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고도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제와 동일한 물체를 만드는 기술로 여러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모의시험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 예로, 디지털 트윈을 시공분야에 적용하면 시설물의 성능을 손쉽게 예측하고 효과적인 유지·보수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XR과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혁신적 플랫폼으로서 공공인프라와 산업,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올 전망이다. 나아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에 바탕을 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연관 산업분야에 널리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벽이 허물어지는 메타버스 시대가 무르익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거센 파도를 헤쳐가려면 XR과 디지털 트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방식에서도 일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그의 저서 ‘언컨택트’에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속도가 빨라졌기에 기회가 커진 만큼 혁신하지 못했을 때 겪을 위기도 커진다”고 말했다. 가짜와 진짜가 뒤섞인 혼돈의 세상 속에서 김 소장의 말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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