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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을과 을’의 싸움
[창가에서] ‘을과 을’의 싸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6.17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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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지난달 19일 석가탄신일 저녁은 유난히 우울했다. 올해 평일에 쉴 수 있는 마지막 공휴일이 저문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9월 하순의 추석연휴를 제외하면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 남은 공휴일 모두 토요일 또는 일요일과 겹친다. 오롯이 ‘빨간 날’을 기다리며 일상의 백병전에 나서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2021년 달력의 뒷장들이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졌을 터….

더불어민주당이 직장인들의 쓸쓸한 한숨을 헤아린 것일까.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올해 토·일요일에 묻힌 공휴일이 되살아나 4일을 더 쉴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들뜬 기분으로 여행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짙은 게 세상의 이치다. 상당수 기업의 경영자와 사업주들은 사라진 휴일을 되돌려주겠다는 여당의 결정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대체공휴일에도 회사 문을 닫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일 출근한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150%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아무리 선한 동기를 지닌 정책이라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정책의 지향점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고용감소와 소상공인의 생존 위협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건설업 최저임금제’는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이 제도의 기본취지는 '을'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적정수준의 대가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사업주의 노무비 부담이 급증하고 공사비 부족과 부실시공, 노사갈등을 초래하는 등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숙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신규 근로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것도 사업주들에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숙련자·신입직원 채용으로 가시적인 인건비 절감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아예 신규고용을 도외시할 공산이 크다. 이는 젊은 인력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고용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용주는 대부분 영세기업의 대표자일 것이다. 그들은 치열한 경영의 정글에서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회사를 꾸려가고 있으며,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를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궁박한 ‘을’의 처지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건설업 최저임금제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을과 을’의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하되 시장의 활력을 뺏는 직접적인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정부와 국회의 기본 도리다. 이를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겨 건설업 최저임금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 건설근로자의 무리한 임금삭감 방지를 위해 최저임금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정교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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