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충북 청주시청사 건립사업을 두고 업계의 공분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청주시가 기술제안 입찰, 즉 통합발주로 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청주시청사 건립사업은 총 163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가뜩이나 지역업계에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행여 통합발주될까, 전기∙통신∙소방∙기계를 아우르는 지역 공사업계가 연초부터 시 담당부서를 찾아 법적으로도 명시된 ‘분리발주’를 반드시 지켜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청주시청은 심의위원회 결정이라며 통합발주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표명, 그간의 업계 종사자들의 요청을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어버렸다.
통합발주는 말그대로 관련 공사의 전과정을 한 시공사에 일괄 위임해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발주처가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매우 편리할 터다.
그러나 현장실무자들에겐 또 하나의 ‘갑’이 등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또 하나의 갑은 중간에서 자신의 수수료를 챙긴 나머지로 공사를 추진한다. 현장실무자들에게 떨어지는 몫이 제대로 일리 만무하다. 제 살을 깎아 일을 해야 한다.
하도급 업체로선 일할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시공품질을 높이기 보다 로비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업계의 하소연을 발주기관은 그저 한 집단이 이익을 바라는 주장쯤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심각한 착각이다. 분리발주는 근본적으로 발주처를 위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기술제안 발주시 시공과정에서 설계변경이 자주 일어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그 때마다 공사비가 증가한다. 결국 발주기관은 애초 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어찌저찌 공사가 완료됐다고 가정해보자.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이뤄진 공사가 애초에 계획했던 만큼의 품질을 낼 수 있을까. 유지보수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공공공사는 누구의 돈으로 이뤄지나.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돈이 그렇게 쉽게 낭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쪼록 세금으로 추진되는 일은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무원이 불편해야 국민이 편하다고 했다. 행정편의에 다름 아닌 통합발주를 즉각 철회하고, 공사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각 분야에 제일 가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분리발주로 슬기로운 행정을 이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