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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상표 공동사업' 유명무실…공공사업 외산 방송장비 납품 여전
'공동상표 공동사업' 유명무실…공공사업 외산 방송장비 납품 여전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7.25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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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생산 조건 걸어도
수주업체는 수입제품 납품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음향장비 구매설치 사업
계약 들춰보니 외국산 일색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지난 5월 발주한 '공연장 모니터 스피커 및 파워앰프 구매설치'사업에 납품된 장비들. 주요 장비인 앰프와 스피커 모두 외산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산은 스피커를 보관하는 하드케이스(오른쪽) 뿐이었다. [사진=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지난 5월 발주한 '공연장 모니터 스피커 및 파워앰프 구매설치'사업에 납품된 장비들. 주요 장비인 앰프와 스피커 모두 외산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산은 스피커를 보관하는 하드케이스(오른쪽) 뿐이었다. [사진=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공공기관들이 방송장비 구매설치 사업 발주 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지원을 위해 '공동상표 공동사업' 제도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공공 사업에서 일부 기업이 판로지원 제도를 위반해 외국산 제품을 납품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기업들은 판로지원 제도가 이처럼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며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중기 제품 판로지원 마련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에 따르면, 중소기업협동조합과 3개 이상의 소기업·소상공인은 다양한 유형의 '공동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해당하는 물품·용역을 제품화할 수 있다.

또한, 공동사업 유형 중에는 협동조합이 3인 이상의 소기업·소상공인과 공동상표를 자체 개발하거나 공공기관을 통해 개발하는 '공동상표' 제도가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를 대상으로 '제한경쟁입찰'이나 '지명경쟁입찰' 등을 실시하는 게 가능하다.

사업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경쟁과 달리 소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제한·지명경쟁 특성상 응찰 기업의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 셈이다. 판로지원법은 공공기관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토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겠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기까지 하다.

실제로 여러 공공기관에서는 방송장비 물품구매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일 것을 입찰 참가 자격으로 두고 있어,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들이 이들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업계에서는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를 수급 자격으로 설정한 공공분야 방송장비 구매설치 사업 규모가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생산 원칙 무시한 외산 납품

하지만, 공동상표 공동사업 참여사 일부가 이들 제도를 무시하고 외산 방송장비를 공공기관에 납품해오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등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제보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 산하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지난 5월 발주한 '공연장 모니터 스피커 및 파워앰프 구매설치' 사업에서 외산 장비가 대거 납품되는 등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지원제도가 무색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문화회관이 파워 앰프 8대, 모니터 스피커 8대 등 1억5000만원 상당의 음향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문화회관은 입찰 참가 자격으로 △구내방송장치 직접생산확인(직생)증명서 소지 업체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 등록업체로 공동상표 공동사업에 참여하고 공동브랜드지원제품 중 구내방송장치를 등록한 업체 △광주 소재 기업 등을 제시했다. 입찰 공고 이후 문화회관은 협동조합의 추천을 받은 기업 5곳을 대상으로 지명경쟁을 벌여, 같은 달 A 기업과 1억3171만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본지가 제보에 따라 납품 내역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제보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 내역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계약금액의 약 99%(1억3034만원)를 차지하는 △DSP 파워 앰프 △모니터 스피커 △사이드필 스피커(15인치) △사이드필 스피커(12인치) 등 방송장비 모두가 미국이나 멕시코 등 외국산이었다. 반면, 국산 제품은 '스피커 보관용 하드케이스' 뿐으로 전체 계약금액의 1%(136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지난 5월 발주한 '공연장 모니터 스피커 및 파워앰프 구매설치' 사업의 납품 내역. [자료=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지난 5월 발주한 '공연장 모니터 스피커 및 파워앰프 구매설치' 사업의 납품 내역. [자료=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제보자는 문화회관과 A사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이라는 공동상표 공동사업 제도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통화에서 "스피커 보관 케이스는 구내방송장치를 구성하는 주요 제품이 아닌데다가 방송장비 제조와 무관한 업체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케이스는 협동조합의 공동상표 사용승인 제품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동상표 공동사업과 무관한 케이스 따위를 제외하고 나면 납품된 방송장비 전부가 외국산"이라며 "이것이 정부가 강조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판로지원이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일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공동상표 공동사업 제도를 악용해 공공사업에서 외산 방송장비가 납품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제보자는 국내 방송장비 제조기업들이 공동상표 공동사업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국내 방송장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외산 장비 납품에 악용되는 해당 제도가 아예 폐지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 "정부가 문제 해결 나서야"

이처럼 중소 방송장비 제조 기업의 공공시장 판로지원과 매출증대를 위한 정부 제도를 비웃듯 수입제품이 노골적으로 납품되고 있지만,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개적으로 말을 꺼냈다가 중기부나 관련 조합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가 공동사업, 조합 추천제, 직생 등의 중소기업 판로지원 제도가 실제 사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게 급선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구내방송장치에 대해서는 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음에도 허술한 직생 제도로 인해 시장 질서가 혼탁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국내 개발·제조 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에 대한 질적 관리가 절실하다"며 "중기부와 협동조합이 공개적인 토론 개최 등을 통해서 제도 보완방안을 합리적으로 도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상표 공동사업 제도 악용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만큼,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지원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제보 사건과 관련해 협동조합은 "공동상표 공동사업의 일부 참여사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제도 운영이 되도록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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