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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양궁에서 배우는 공정의 가치
[창가에서] 양궁에서 배우는 공정의 가치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8.06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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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우려를 뚫고 205개국에서 온 1만1000여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특히 여자단체전 9연패 등 신궁(神弓) 코리아의 위업을 달성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지구촌의 탄성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의 쾌거가 더욱 빛나는 것은 한국사회에 ‘원칙과 공정’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오로지 성적만으로 대표선수를 뽑는다. 올림픽과 같은 메이저 국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수천발의 화살을 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공정한 선발시스템이 정착돼 있기에 선수들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된 서거원 계양구청 양궁단 총감독(전 대한양궁협회 전무)의 특강이 강한 울림을 준다. “누구한테 줄을 서야 하는지,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연고주의도 없다. 종전에 금메달을 딴 선수에 대한 배려나 혜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명선수도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대표로 선발될 수 있다.”

서 감독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는 룰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예외를 두면 원칙이 무너지며 선수자원이 고갈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금수저가 아니라도, ‘백’이 없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히딩크가 승리를 갈망하며 “아직 배고프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오랫동안 공정경쟁과 합리적인 원칙에 굶주렸다. 투명한 선발시스템으로 세계 최강의 입지를 구축한 양궁 대표팀에 환호하는 이유다.

차제에 정보통신업계가 양궁 대표팀이 지향하는 ‘원칙과 공정’의 룰을 배워 새롭게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보통신업계는 부당거래와 불공정 경쟁의 음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보통신공사업 분야를 예로 들면 10억원 이하 소규모 공사입찰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일이 빈번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1만여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연간 수주실적은 약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354개 대기업이 약 2조4000억원의 사업을 수주해 전체의 1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대기업이 적은 금액의 공사까지 독식하며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다수의 중소업체는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 소수의 대기업에 사업이 편중되는 쏠림현상은 선순환적 산업생태계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한다.

대기업의 부당행위로 피눈물을 흘려야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현실도 매우 뼈아프다. 한 예로, 일부 대기업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 협력업체에 기술자료를 달라고 요구한다. 이 자료를 다른 협력사에 넘겨 더 싼 값에 납품하도록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대기업에서 직접 물건을 생산하며 기존 협력사와의 거래를 끊기도 한다. 불법적인 기술탈취요 불공정 거래의 전형이다.

서거원 감독은 한 언론매체(신동아 2009년 8월)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양궁은 펀더멘털이 튼튼합니다. 공정성과 변화에 대한 열정, 이런 게 바뀌지 않는 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죽비소리 같은 그의 말이 공정의 가치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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