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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제 방송장비로 접하는 '민족의 혼' 유감
[기자수첩] 일제 방송장비로 접하는 '민족의 혼' 유감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8.09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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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기자.
박광하 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국내 독립운동 관련 보훈시설과 전통문화예술 공연시설 등에서 일본산 방송장비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일반적인 민간 시설이라면 국산을 쓰든 외산을 쓰든, 외산일 경우에도 그게 미국산이든 일본산이든 시설 관리·운영자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 관련 시설이라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가급적 일본산 방송장비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제보자는 말했다.

반만년 민족 전통의 춤·노래가, 대한독립 만세의 힘찬 운동이 일본 브랜드 방송장비를 통해 제작·방송되는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방송사들이 구입·사용하는 촬영장비부터가 상당수 일제다.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광학 기술, 대용량의 화상·영상 정보를 압축하고 전송하는 데이터 처리 기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의 호환성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와 달리, 국내 방송장비 제조기업들의 노력 끝에 성능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국산 장비가 부지기수로 나와 있는 상태다.

통화에서 한 독립운동 기념시설 관리자는 대체할 국산 제품을 찾을 수 없어 일본 브랜드의 빔 프로젝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나와 등 전자제품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국산 빔 프로젝터를 찾아보니 여러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LG전자 뿐만 아니라 프로젝터매니아 등 국산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이 시중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모든 제조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기업은 설계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AS 등 사후관리를 국내기업이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령에 따른 제조국가 표시에 있어서도 이들 제품 다수의 제조국은 '한국'으로 표시돼 있다.

물론, 국내 제품이 충족할 수 없는 고사양의 장비는 부득이 외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제품을 채택할 수 있는 사업 규모·환경에서도 굳이 외산을, 그것도 일본 브랜드를, 그것도 독립운동·전통문화 관련 시설에 사용하는 것은 뭘까.

스피커 및 앰프 등 음향장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국산 음향장비가 다수 채택된 사실은 방송장비산업계를 비롯해 정보통신산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 행사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데는 국내 방송장비 기업들이 설계·제조한 음향장비가 다대한 역할을 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등 국가적 공연 시설에서도 국산 음향장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게 방송장비 제조기업들의 말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다수의 외산 장비가 독입운동 및 전통문화 시설에서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산을 대체할 국산품이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브랜드 방송장비를 기어이 구매하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들. 그리고 "일제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거나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일제 불매운동. 불매와 구매의 기묘한 동거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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