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만 20세 이상 64세 이하 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최근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자는 전체의 73.3%였다. 이후 2018년 12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이제 막 시행 2년을 맞이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금지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누구나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장소 변경, 행위자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률로 정의하고 금지하되, 사업장 각자의 상황에 맞춰 예방하고, 조치하는 등 자율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다루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현재의 규정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 사용자에게 신고를 하더라도 사업장 스스로 조사, 조치하도록 맡겨두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조항이 없어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지적들이 입법에 반영돼 지난 3월 △사용자 및 친인척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 △사용자의 조사 및 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누설금지 의무 등이 신설됐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2021년 10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사용자의 객관적 조사의무 및 과태료 조항 신설
기존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신고 된 경우,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의무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법에서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신고가 들어오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변경됐다. 또한 사용자의 조사 및 조치의무 위반 시 처벌 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객관적인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개정법에서는 사용자의 조사, 조치의무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관련자의 비밀 유지의무 신설
기존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규정에는 있으나 직장 내 괴롭힌 조항에는 없었던 비밀유지의무 조항도 신설됐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과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사내 신고 및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관련자가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처벌조항도 함께 신설됐다.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족에 대한 괴롭힘 관련 처벌조항 신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사용자의 민법 제767조에 따른 친족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인 경우 포함)인 경우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무거운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강화됨으로써 더 이상 사업장 내에서의 괴롭힘 이슈를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됐다. 사용자의 책임이 더 과중해진 만큼 사용자 그리고 사업장 내 담당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방치하거나, 객관적인 조사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