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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야?” 디지털 휴먼, 미디어를 장악하다
“사람이 아니야?” 디지털 휴먼, 미디어를 장악하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8.2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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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기반 ‘호감형’ 외관 갖춰
SNS 유명인사∙광고계 섭렵

인공지능이 디테일 높여
자연어 인식…‘더 사람답게’
광고에 등장에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로지. [사진=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에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로지. [사진=신한라이프 유튜브]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한 보험사가 ‘힙’한 옷차림에 능숙한 춤 솜씨를 자랑하는 모델을 광고에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로 대형 신인의 탄생이 점쳐지던 와중에, 그의 실체가 드러나자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제 사람이 아닌,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이었던 것.

실제 사람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디지털 휴먼의 등장이 미디어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픽과 인공지능의 조화

디지털 휴먼은 말 그대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가상 인간을 뜻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거의 사람과 분간이 힘들 정도로 흡사한 외양을 갖추게 됐다.

겉모습은 그래픽의 발전이라지만, 정말 사람이 사람인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요소들인 눈동자의 움직임, 얼굴 표정, 걸음걸이 등은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람의 형체를 생성하는 것을 모델링(modeling)이라고 하는데 크게 2가지 방법으로 구현된다.

가장 간단하게, 실존 인물을 그대로 3D스캔하는 방법이다. 스캔 장비를 동원해 사람을 세워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해 3D 영상을 추출해내기 때문에 굳이 후보정이 필요없다.

또 하나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한땀 한땀 손으로 그리는 방법이다. 상용 그래픽 엔진 툴을 이용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인물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손이 많이 간다.

이처럼 기본적인 외양이 갖춰졌다면 디테일한 부분은 AI를 동원, 가장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듬는다. 사실상 이 부분에서 디지털 휴먼 제작 기업들의 기술력이 판가름 난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휴먼이 쓰일 분야에 따라 이러한 기술들은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아담’과 ‘로지’ 사이

세계 최초 디지털 휴먼 ‘아담’. [사진=아담소프트]
세계 최초 디지털 휴먼 ‘아담’. [사진=아담소프트]

기술의 발전상은 과거와 지금의 디지털 휴먼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디지털 휴먼의 ‘조상’격으로, 1998년 등장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꼽힌다. 물론 잘 생긴 얼굴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컴퓨터 그래픽인 아담은 아담 자체로의 쓰임새보다 ‘얼굴 없는 가수’의 얼굴 역할을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본업인 가수로서 히트곡도 가지고 있는 등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디지털 휴먼은 그것이 그래픽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만큼 인간과 닮아 있다.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 때 발생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일어날 단계는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불쾌한 골짜기’란,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닌 것(동물, 곤충, 캐릭터 등)이 사람을 닮은 행동이나 말을 할 때는 호감으로 느껴지지만, 거의 사람에 가까운 형체를 하고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어색한 표정이나 행동을 할 때는 급격한 불쾌감으로 전환된다는 이론이다.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로지’는 대중에게 호감을 주는 개성적인 얼굴을 찾아내는 데 제작기간의 대부분을 할애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약 800개가량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화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에 활용도 역시 매우 높다. ‘아담’처럼 특정 직업으로 국한할 필요가 없다.

굳이 정의하자면 ‘로지’는 버츄얼 인플루언서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5만여명에 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한동안은 모델 일에 충실하겠다는 게 ‘로지’ 측의 전언이다.

 

■이미 디지털 휴먼 전성시대

한 해 100억대 수익을 올리는 ‘릴 미켈라’.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한 해 100억대 수익을 올리는 ‘릴 미켈라’.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국내에선 최근에야 ‘로지’를 통해 디지털 휴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해외에선 디지털 휴먼이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릴 미켈라’는 50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디지털 휴먼이다. 특정 브랜드 옷을 입고 게시글만 올리는데도 2019년 한 해 벌어들인 수입이 130억원에 달한다.

일본 스타트업 AWW가 만든 ‘이마(Imma)’도 34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인사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지난해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이마’의 3일 동안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사생활 침해 문제가 없는 디지털 휴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호주 인터넷전문은행 유뱅크(UBank)는 디지털 휴먼 ‘미아(Mia)’가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한다. 기준금리, 대출 금리와 조건 등을 구두로 설명하면서 채팅창에 관련 정보를 띄워주는 식이다. 감정소모가 심하다는 상담업무를 그것도 365일, 24시간 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휴먼이 지닌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 '네온(NEON)'.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 '네온(NEON)'. [사진=삼성전자]

■디지털 휴먼이 말을 하는 순간

겉모습만 놓고 본다면 디지털 휴먼 기술은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 분명하지만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디지털 휴먼이 공통적으로 다소 과묵하다는 점을 간파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음성인식, 나아가 말로써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디지털 휴먼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문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자연어 이해(NLU)’ 기술이 대표적이다. 현재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활발히 연구에 뛰어들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디지털 휴먼은 마케팅 수단으로서 비중이 크지만, 인간 자체를 가상화 하는 접근법으로 차별화되는 ‘네온(NEON)’ 프로젝트를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사업화 벤처인 스타랩스(STAR Labs)가 선보인 ‘네온’은 실제(Reality)와 같은 인공인간의 자연스러운 형상과 행동을 실시간(Realtime), 그리고 반응형(Responsive)으로 제공하는 ‘코어 R3(CORE R3)’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네온’은 AI의 학습, 감정, 기억을 담당하는 기술인 ‘스펙트라(Spectra)’ 탑재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기술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사람과 AI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 날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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