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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몰 비용의 오류와 분리발주
[기자수첩] 매몰 비용의 오류와 분리발주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8.19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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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사람이란 참 묘하다. 누가 봐도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선택을 고집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예로,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자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다른 계산대에 점원이 투입되며 새로운 루트가 생긴다. 그쪽으로 가서 계산하면 훨씬 빨리 계산을 마치고 나갈 수 있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선뜻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심리학에선 이를 ‘매몰 비용의 오류’라 칭한다. 즉, 이미 어느 한 부분에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했다면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더라도 쉽사리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주시의 신축 청사 건립을 두고 수개월째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청주시청이 사업을 통합발주하기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전기, 소방 등 전문 시설공사업계로선 발칵 뒤집힐 일이다. 수천억짜리 일감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참여하더라도 시와 계약하는 것이 아닌 대형 건설사와 해야 한다.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뭐가 아쉬워서 공사업체가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 일을 해야 하나.

그저 ‘밑에서 일하려니 기분 나쁘다’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최초의 사업비가 아닌, 건설사의 몫을 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인력이 일 제대로 하는 거 본 적 있는가. 결과는 시공품질의 하락과 산업재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분리발주는 다르다. 중소규모 공사업체라도 대형 건설사와 대등한 입장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사업비는 더욱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고, 전문 시공업자가 자신의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리도 통합발주를 고집할까. 우리 매체가 정보통신공사업 종사자를 주요 독자층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필자 본인은 기자로서 최대한 객관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청주시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실망스럽게도, 관련부서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합당한 절차를 거쳤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그게 전부다. 차라리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저래야 한다는,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좋을 성싶다.

객관적인 판단에 집중하면 할수록 분리발주의 당위성이 더욱 강력함을 부인할 수 없다. 법으로까지 명시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까지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청주시청은 여전히 통합발주를 고수하고 있다. 이쯤 되면, 시가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졌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애초에 사업발주를 준비하면서 들였던 공이, 통합발주를 결정하면서 지나온 절차가, 아닌 줄 알면서도 몇 달간 고집해온 그 시간과 ‘자존심’ 때문에 분리발주로 선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심지어 이번 사업은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 100% 청주시 예산으로 집행되는 공사라고 한다. 다름 아닌 청주시민의 세금이 오롯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누구를 위한 신청사인가. 누가 혜택을 봐야 하는가. 온전히 청주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답은 분리발주에 있음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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