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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디지로그 시대의 경쟁과 공존
[창가에서] 디지로그 시대의 경쟁과 공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9.03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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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여러분은 디지털 공간의 ‘접속’과 아날로그 현실의 ‘접촉’이 상반,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것들이 하나로 융합한 디지로그(digilog=digital×analog) 시대를 살아갈 주역이 된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대학교 온라인 학위 수여식.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축사를 했다.

이 전 장관은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물으면, 나와 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변할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마스크의 본질과 기능이 (자신과 타인)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면을 모두 통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위해 쓰는 마스크는 곧 남을 위해 쓰는 마스크”라는 말로 코로나 시대의 공생관계를 규정했다.

이 전 장관의 축사는 디지로그 시대를 건너며, 코로나 팬데믹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현대인의 고뇌와 혼란을 보듬는다. 그러면서 이 시대 지성인이 지녀야 할 관용과 포용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타인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냉혹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현실과 마주하다 보면 상생과 공존의 가치는 금새 희미해진다. 지금 발 딛고 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한다. 서바이벌 경쟁이 주는 긴장감은 병사의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최근 정보통신·전기공사업계가 LED 바닥신호등 설치를 놓고 벌이는 일련의 공방도 치열한 경쟁의 흐름과 닿아 있다.

전기공사업계는 전기공사업법령을 근거로 LED 바닥신호등 설치공사의 수급자격을 전기공사업자에게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LED 바닥신호등이 교통신호제어기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통신공사업자도 해당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ED 바닥신호등 설치가 정보통신공사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법제처도 신호제어기 또는 중앙관제설비와 통신기능을 수행하는 설비의 설치는 정보통신공사에 해당한다며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전기공사업계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가 하면, 법정단체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와 연관업계를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첨예한 대립구도 속에서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을 조율해 접점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논리 전개는 명확한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에 대한 비판에도 예의와 품격을 갖춰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른 산업영역에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ICT가 발전할수록 스마트 융합설비 설치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절체절명의 끝장전을 펼치면서도 경쟁자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로그 시대를 건너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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