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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규격동시 입찰… 울며 겨자먹기식 출혈경쟁 불러
가격·규격동시 입찰… 울며 겨자먹기식 출혈경쟁 불러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9.0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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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주둔지 경계용 CCTV 사업 문제점 진단

제안사 이윤 확보 위해
저가장비 납품 불가피
시공품질 저하 우려도

유사사업 공공 발주처
통신설비 설치포함 시
시설공사 집행 주목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육본에 입찰방법 개선 건의
주둔지 경계 시설을 점검하는 군인. [사진=육군]
주둔지 경계 시설을 점검하는 군인. [사진=육군]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육군이 추진하는 '주둔지 경계용 CCTV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사업을 발주한 데다 가격·규격동시 2단계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 중소규모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사업계는 사업을 시설공사로 발주하고 사업을 합리적으로 분할해 다수의 중소 공사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최저가 입찰 조장 말아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중앙회장 강창선)는 해당 사업이 감시·통제시스템을 위한 CCTV 및 광케이블·UTP케이블 포설과 회전형감시카메라, 스위치, IP스피커, 서지보호기 등 정보통신설비의 설치가 포함된 정보통신공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해당 사업이 '가격·규격동시 2단계 경쟁입찰(물품구매)'로 발주돼 해당 사업에 참여가 어려운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로부터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언급했다.

2단계 경쟁입찰은 발주기관이 입찰에서 기술·지식능력, 사업수행계획, 수행실적, 재무구조·경영상태 등 규격 및 기술 적합성 평가를 거쳐 기술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가 투찰로 변질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어 해당 입찰 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업 또한 1단계 기술평가에는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합격시키는 방식이어서 업체마다의 기술적 변별력을 측정할 수가 없다. 결국, 오로지 2단계인 가격평가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결국 업체들이 최저가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투찰 업체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정상 가격 이하를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펼치면, 원도급사 뿐만 아니라 하도급·협력사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는다. 원도급자가 사업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중 일부를 공제하게 되므로, 결국 하도급자 입장에서는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 수행 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장비 등의 공급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장비 가격이 낮아지면 시공 품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공 품질의 저하는 궁극적으로 발주기관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된 CCTV 설치사업의 경우 저화질 장비로 인해 얼굴 식별 불가 및 범인 검거 실패 등 본래의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통신설비 설치 '시설공사'로 발주해야

협회는 이번 사업과 비슷한 다른 사업들에서 여러 조달계약 관련 정부부처들이 재료비 비중에 관계 없이 설치가 수반되는 사업은 시설공사 발주를 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납품과 설치가 포함된 계약이라면 이는 공사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단순 물품 납품으로는 사업을 달성할 수 없고 설치 등이 필수적인 경우에는 이를 공사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행정안전부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행안부는 발주 관련 민원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물품 발주에 공사를 포함해 발주하면 해당 공사 관계 법령의 규정에 위반돼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관계 법령에서 해당 공사업종을 등록한 자가 시공하도록 규정돼 있으면 설계서 상 총공사비 중 시설공사비 비중이 작더라도 공사와 관급자재를 각각 발주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정부부처들의 이 같은 입장을 종합해 보면, 공공 사업에서 각 공종별 책임을 분명히 하고 사업 참여 주체에게 적정 사업비용을 보장함으로써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설비의 설치를 시설공사로 발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사업 발주 방식을 정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공사·물품이 혼합된 경우 주된 목적에 따라 사업을 발주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시설공사를 물품구매 또는 용역으로 발주하는 관행이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단계 경쟁입찰은 물품의 제조·구매 또는 용역입찰에 적용하는 입찰방법으로 규격·기술·제안서 등을 평가해 가격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발주자가 제시한 규격서, 제안요청서의 내용에 따라 사업참여 업체가 소수 업체로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지적했다.

 

■정책적 배려로 중기 보호·육성해야

협회는 법·제도적 타당성에 더해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적 판단으로 이번 사업을 시설공사 방식으로 분할발주 해달라고 육군에 요청했다.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에 따라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중소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 이하 정부 각 부처가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제·금융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임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학계·경영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업 본연의 역할인 사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토록 하는 게 근본적인 경영난 극복 방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공공 사업에 있어 정책적 배려를 통해 중소기업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협회는 정부, 지자체, 군 등 공공 발주기관이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에 대해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회는 각 주둔지의 공사를 통합하지 않고, 부대별·지역별로 분할해 발주한다면 다수의 중소 공사업체의 경영개선 및 참여 기회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낙찰된 지역 중소 공사업체의 기술자 추가 채용 및 고용유지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고용유지 정책을 실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주둔지 경계용 CCTV 사업'을 추진하는 육군에 "'2단계 경쟁입찰'이 아닌 '시설공사'로 분할발주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대기업과 동등하게 참여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적용된 입찰 방식은 최저가 입찰을 조장함으로써 시공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며 "특히 작은 사업을 큰 덩어리로 만들어 특정 기업에게 떠 먹여주는 불합리한 분할방식 또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의 담당자는 대규모 분할방식을 적용해 사업 관리가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이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부의 기조보다 우선해야 하는 가치인지 국방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시설공사 방식으로 이번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육군의 주장은 그동안 시설공사를 통해 구축된 CCTV 감시·경계 사업들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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