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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네카라쿠배'가 몰고 온 한국 사회의 큰 변화
[ICT광장] '네카라쿠배'가 몰고 온 한국 사회의 큰 변화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9.08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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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욱 ㈜마크애니 대표이사.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이사.

"사람이 없다"는 얘기는 IT업계에서 그 동안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리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실력 있는 개발자(코딩 전문가)들이 빠른 속도로 옮겨가고 있고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IT업체들의 공포감은 더 크지만, 안타깝게도 정부, 정치권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AI개발자들이 국내 대기업에서부터 구글로,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막연한 소문처럼 들리기 시작하더니 게임업체로,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등 대형 IT기업)' 업체들과 신생 벤처 업계로 인력이 계속 이동하는 중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업계의 특성상 충분히 설명 가능했지만, 올해초부터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의 이직 현상들은 한국 IT업계의 지각변동, 혹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로 밖에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화가 시작된 지 60여년, 그동안 꿈쩍도 않던 한국의 산업 사회 구조가 드디어 IT업계를 중심으로 크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대부분 게임업체에서 고연봉으로 데려 간다는 것은 사실상 IT업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게임업체 대신 나타난 네카라쿠배 업체들의 인력 쟁탈전은 높은 초봉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코딩 실력만 있으면 학력,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초봉 5000만원 이상'으로 모시겠다는 채용 조건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드디어 한국사회가 '근면성실'한 농촌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가 아니라, 전문가적인 기술을 가진 '자기 주도적'인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60년대의 농촌 중심의 한국사회가 80년대 산업사회로 성공적으로 이전하게 된 것을 농촌에 빗대어 설명한다. 농촌에서 다른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던 모심기 전통이 산업화가 되면서 컨베이어 벨트 생산 공정으로 옮겨와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열심히' 일하는 산업현장의 특성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다른 사람들과 맞춰 살아야하고, 작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근면성실'한 인재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행동 양식을 보이는 사회였고, 모두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공정한 사회였다.

그러나 네카라쿠배발 인재 쟁탈전으로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같은 대학을 나와도 전공에 따라 급여가 다르고, 같은 전공이라도 코딩 실력에 따라 연봉이 1000~200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전의 산업사회 인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합리적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입사만 하면 관리직이든 IT직군이든 관련없이 모두가 동일한 연봉으로 동일한 조건으로 일해 오던 인사관리의 관행이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을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과 차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채용하는 새로운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DB 관리자를 구할 때 대부분 'IT전공, 3년 이상의 시스템 개발 경력, 연봉 12만불'이라는 직무 경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차장급 DB 관리자'를 구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같은 개발도상국도 직무 능력과 경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고 있는데, 아직 우리 나라는 직급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뒤처진 기준으로 인력 채용을 하고 있다.

네카라쿠배발 인재 채용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꾸게 될는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나는 이 채용 혁명으로 산업사회 노동 기준을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인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이미 한참 앞서가고 있는 거대한 디지털 사회로 가고 있는 중국을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력 채용과 인력 관리는 이미 산업 사회의 틀을 넘어서서 4차 산업사회로 넘어선지 오래됐다. 한국이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중국은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는 시스템까지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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