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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오징어 게임에 깃든 단순함
[창가에서] 오징어 게임에 깃든 단순함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10.0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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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아시아와 중동, 유럽과 남미 등 70여 국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오징어 게임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 극한의 승부를 펼치는 이야기다. 최후의 승자는 456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승자가 되려면 목숨을 걸고 의문의 게임을 모두 통과해야만 한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인기 비결을 ‘심플함(단순함)’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생존 게임들은 매우 단순하고 친숙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과자 뽑기,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6개의 게임은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됐다. 게임을 주요 소재로 삼았던 기존의 여러 드라마에서 복잡한 규칙을 적용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순함은 코로나19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 팬데믹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이 지긋지긋한 감염병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불가피론이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위드(with) 코로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위의 명제 앞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코로나 확산에 따른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고 일상 친화적인 방역을 강구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방역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겠으나 위드 코로나를 이루기 위한 기본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단순함은 정보통신분야 경영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한 애플이 단순함 혹은 간결함으로 대표되는 아이폰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지 않았던가. 애플의 단순함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며 첨단기술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단순함은 디지털 경제의 개방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누구나 쓰기 편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단순한 생각들이 모여 기발한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이는 다시 창의적 사고의 총합으로 커지고 이를 토대로 시간과 공간을 허무는 디지털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독일 컨설턴트 디터 브란데스가 지은 경영지침서 ‘단순하게 경영하라’가 생각난다. 이 책은 유럽판 다이소로 불리는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 ‘알리’의 성공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의사결정을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성공적인 경영전략에 왕도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의사결정을 마주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경영자라면 단순함이 주는 효용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한 발 떨어져서 복잡한 문제를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의외의 해법이 생겨난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자도 덧셈이 아닌 뺄셈의 가치를 깊이 새겨볼 만하다. 개발자의 숙제는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닌 군더더기 기능을 걸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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