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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내 방송시스템 설계, 전문성 반드시 확보해야
건축물 내 방송시스템 설계, 전문성 반드시 확보해야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10.17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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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방송장비산업센터장
김병진 KEA 방송장비산업센터장.
김병진 KEA 방송장비산업센터장.

공공 분야 방송시스템 구축·운영 사업은 △기획·설계 △입찰 발주 △구축·시공 등의 일반적인 단계를 거치고 있으나, 입찰 과정에서의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방송시스템 설계과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방송시스템 설계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영상, 음향, 조명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수요처의 요구사항, 운영목적, 운영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분석해 설계도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설계 용역을 통해 도출되는 구체화된 설계도서를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방송시스템 설계는 방송장비 구축·운영 사업의 첫 단계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방송시스템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술자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단적으로 말해, 방송시스템 설계자는 유령과 같다.

건축물 내 방송시스템 설계에 있어 이들 설계자들은 건축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정보통신 비전문가인 건축사가 수행토록 정하고 있다.

이렇듯 건축사를 중심으로 설계가 진행되다 보니 방송시스템에 대한 설계를 누가 했는지, 실제 설계 용역 수행자의 이름조차 설계도면에 포함되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설계 행위에 대한 대가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 또한 있다. 정보통신공사 설계업무 수행기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방송시스템 등 정보통신설비 설계에 대한 대가는 정보통신공사의 특성을 고려해 실비정액가산 방식과 공사비요율 중 최적의 방식을 선정해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의 방송시스템 설계 대가는 냉혹하다. 올해 상반기 공공 분야 방송시스템 발주 사업은 총 2700여건으로 금액으로는 약 1900억원(총액계약)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방송시스템 설계 용역은 총 116건으로 약 5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방송시스템 설계 중 90% 이상이 2000만원 이내 수의계약 방식으로 편중돼 있고 일부 대형 프로젝트 건을 제외하면 평균적인 방송시스템 설계 용역비가 턱없이 낮아 1900억원에 달하는 공공 방송장비 구축·운영 사업의 규모에 비해 초라할 따름이다.

이 같은 현실은 공정하지 못한 입찰 관행을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방송시스템 설계 용역자가 생계를 위해 특정 장비를 '알박기' 식으로 설계서에 넣는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방송시스템 설계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설계자가 결국 낙찰기업·납품기업에게 금전을 받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관행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방송장비산업의 생태계는 단순히 수요·공급의 원칙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노력의 집합체이며, 정보통신산업의 한 줄기로서 얽혀있는 만큼 범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방송시스템을 포함해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를 정보통신기술자가 수행토록 법·제도가 마련돼야 비로소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 관심을 갖고 개선에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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