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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에 미래를 생각한다
수확의 계절에 미래를 생각한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10.26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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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날씨가 추워지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가을에 핀 국화 옆에서 “그립고 아쉬움 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을 노래했다. 맞다. 가을은 지나온 날과 오늘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다. 

 

등산길에 보니 산에 열려 있던 도토리와 밤들도 이제 다 떨어졌다. 집 마당에, 마을 어귀에, 그리고 산 위에 노랗다가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감들도 곧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한번 훑어가고 남은 것 들은 다람쥐, 까치 같은 야생동물들의 차지가 되리라.

들판의 논에는 가을걷이가 시작되었다. 벼농사가 농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축산, 과수 등을 경영하는 농가도 있으나, 한국 농가의 40%는 벼농사를 하고 있다. 농촌에서 성장한 도시인에게는 옛날 벼베기와 탈곡작업의 추억이 남아있다. 요즘은 추수가 간단해졌다. 콤바인 한 대가 논을 몇차례 왔다갔다 하면 벼가 베어지고 탈곡까지 되어 포대에 담긴다. 큰 트럭에 옮겨져 농협 수매장으로 향하면 벼 수확이 끝난다. 올해는 별다른 재난이 없어 수확이 작년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이라 한다. 벼농사가 끝난 다고 농촌이 옛날처럼 농한기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온실재배 등 할 일이 많다. 또 내년 농사를 위해서 땅을 보살피는 등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도시인들에게도 1년을 주기로 하는 일과 생활의 리듬이 있고, 결산이 있고, 성과평가가 있지만, 자연 의 계절에 따라 수확의 시점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을이 오면 자연의 열매를 보며 자신과 자 신이 속한 사회가 맺는 열매를 생각해보게 된다. 더 나아가 잠시 동안의 휴지기 뒤 다음 주기에 일어날 일들을 준비하고, 길게 보는 사람들은 다음 세대의 일들을 그리기도 할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대유행병의 싸이클도 이제 가을로 접어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초기의 우왕좌왕하던 시기, 방역과 환자치료에 정신없이 매달리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백신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인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태를 뒤돌아 보며, 역병이후의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전쟁은 파괴를 가져오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전후 문학, 전후 철학이 꽃핀다. 경제와 과학기술에도 혁신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사 태 이후에도 새로운 사상, 새로운 문화, 새로운 경제가 펼쳐질 것이다.

현대판 데카메론이 나올 것이다. 새 버전의 실존철학, 새 버전의 논리실증주의가 나올지도 모른다. 대유행병기간 동안 무력함을 보인 기성종교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종교 또는 종파들이 나타나 세상 을 흔들지도 모른다.

비대면 IT를 기반으로하는 산업들이 대유행병기간 동안 축적된 모멘텀을 기반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존 하드웨어 기업들도 혁신제품들을 내놓겠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영역을 계속 확장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주문, 배달을 선점한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오늘의집 등과 같은 기업들도 더 성장해 나갈 것이며, 토스 등 스마트폰 기 반의 금융기술 기업들도 미래에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분에서는 환경파괴를 막고 기후 변화를 제어하는 기술의 발전에 더 투자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는 생명과학기술 에도 더 투자할 것이다.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가을꽃은 그냥 피는 게 아니다. 1947년 가을에 시인은 노래하였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송작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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