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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초연결 ‘위험사회’의 충격
[창가에서] 초연결 ‘위험사회’의 충격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10.30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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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지난 1986년 ‘위험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책이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저자의 깊은 통찰과 혜안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울리히 벡은 이 책에서 사회가 발전하고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위험요소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말한 21세기의 위험은 경제·사회적인 변화와 연계돼 발생하는 재난을 의미한다.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이 불가항력적 재난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특히 그는 위험과 안전을 사회발전의 중심에 놓고 근대화 과정을 해석했다. 역사상 유례없이 거대한 풍요를 이룩한 근대 산업사회의 원리와 구조가 파멸적 재앙의 근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험사회의 기본속성이요 단면이다.

지난 25일 오전,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온 나라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인터넷 서비스가 정상화되기까지 대다수 회사의 업무가 마비됐고 학교에서는 비대면 원격수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음식점에서는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님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현대사회는 일순간의 위험에도 큰 충격을 받게 된다. ICT에 대한 의존도가 큰 비대면·초연결 사회일수록 그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생산과 소비 모두 제약을 받게 되니 평온한 일상은 멈춰 선다. 울리히 벡이 경고한 위험사회의 깊은 블랙홀에 빠져드는 셈이다.

이미 우리는 3년 전 KT 아현지사의 지하통신구 화재를 통해 위험사회의 공포를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 서비스 장애를 통해 아직까지 위험사회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든든한 방파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제에 어떤 대비책을 마련할 것인가 깊이 고민할 일이다.

사실 그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ICT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 끊김 없는 양질의 통신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고품질 ICT인프라는 우리를 위험사회의 충격과 공포로부터 지켜준다. 경제·사회 전반의 지능정보화를 견인하는 데 훌륭한 원동력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ICT인프라의 고도화는 통신설비 투자와 맥을 같이 한다. 꾸준한 설비투자를 통해 고성능 네트워크와 통신장비를 구축함으로써 ICT인프라를 한층 고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KT 등 통신 3사는 통신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추세다.

확실한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 3사 모두 비통신 사업의 성장과 5G 가입자 증가에 따라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터라 이 같은 설명이 궁색하게 들린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촘촘한 연결을 통해 세상은 더욱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졌다. 시냇물이 강으로 흐르고 강이 대하(大河)를 이루듯 인류는 초연결사회로 더 빠르게 나아갈 것이다.

초연결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준비 없이는 우리는 초연결 사회가 아닌 초연결 위험사회에 갇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 아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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