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본격적인 시행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법 시행이 가까워질수록 일선 시공업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의 주된 내용이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까닭이다.
법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법률에 규정된 처벌대상이 상당히 포괄적이고 처벌수위가 높다. 상시근로자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된다.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지거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사고가 난 법인의 경우에도 50억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근로자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거나 1억원 이하벌금을 물게 된다. 해당 법인의 경우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사업장 및 공사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대해 다수의 시공업체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기업의 경영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 사업주는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에 제출한 총 40개 입법과제도 이 같은 우려를 담고 있다. 대한상의는 “안전보건확보조치 등 의무범위가 시행령을 통해 일부 구체화됐지만 경영책임자와 중대재해의 범위등 불분명한 부분이 여전하고 처벌수준도 과도하다”며 중대재해법에 대한 보완입법을 촉구했다.
특히 대한상의는 “모호한 법규정을 명확히 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규정을 두는 등 합리적 수준의 보완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설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면밀히 살펴볼 만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보고서에서 “건설안전을 위한 사법적 통제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며, 섹터별로 다양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건산연은 건설현장의 유해요인을 사전에 규명하고 제거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협력적 프로세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소규모 민간현장에 대한 체계적 점검과 관리를 위해 공공예산의 상향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안전관리 비용을 증액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정된 낙찰률을 준수하는 정부의 공공 조달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와 안전관리시스템의 미비로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실효성이 결여된 규정의 시행을 밀어붙이는 건 결국 패착을 부른다. 당초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뿐더러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