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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자유지대 '패러디'
풍자 자유지대 '패러디'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4.01.26 10:22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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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발전…'전성시대' 구가
신랄한 풍자·참신한 아이디어 눈길

"돈 받았느냐...조선뇌물상열지사 스캔들"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갤러리 코너에는 보는 이들의 배꼽을 빼는 '요절복통' 사진들이 날마다 고개를 내민다.

영화 포스터나 TV광고의 한 장면에 유명인을 덧입힌 이른바 '패러디'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패러디 사진의 생명력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신랄한 풍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느낌이다.

사전적 의미 한계 넘어서
말 그대로 '패러디(parody)' 전성시대다. 고도의 정치 풍자에서부터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는 엽기 사진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변형해 또 다른 메시지를 지닌 제3의 창작물로 만들어 내는 일은 인터넷상에서 일반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패러디는 본래 문학 작품의 한 형식을 일컫는 말로 저명 작가의 시구나 문체를 모방해 풍자적으로 꾸민 익살스러운 시문(詩文)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러디는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TV 코미디나 드라마에서 다른 연예인의 말투를 따라하거나 신문 만평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정도가 패러디의 전부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의 패러디는 이러한 고전적 의미와 표현의 한계를 넘어 '무한 풍자'의 세계를 질주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별다른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 활짝 펼쳐져 있는 데다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종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진 합성을 큰 어려움이 없이 손쉽게 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패러디 기술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공격 또는 옹호 대상의 인물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가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예외란 존재하지 않는다
패러디 세계에서 예외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패러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통령과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은 패러디 소재로 자주 오르내린다.

이 중에서도 정치인들은 '공격형 패러디' 대상의 1순위다. 더욱이 대선 자금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국회의원 총선이 가까워 오면서 정치인들은 연일 '패러디 국회와 집무실'로 불려 나가고 있다.

패러디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표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들은 '영웅'으로 만들고 그 반대의 인물에 대해서는 '희화(戱畵)'의 옷을 입힘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컬러와 소신을 밝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패러디를 통해 애국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 정부의 독도 우표 발행 계획이 발표된 후 일본인들이 '한국을 개고기나 바퀴벌레를 먹는 나라'로 비하한 합성 사진을 올리자 이에 발끈한 우리 네티즌들도 일본의 원자폭탄 투하 모습을 담은 가상의 우표를 띄우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렇듯 패러디 사진을 통한 양국 네티즌들의 첨예한 대결이 계속되면서 '사이버 임진왜란'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패러디가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면서 풍자 기사와 사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딴지일보(www.ddanzi.com), 삼김일보(www.samkim.wo.to) 짜가일보(www.good7.co.kr) 등 온라인 매체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의미없는 엽기' 전락 비판도
하지만 패러디의 화려한 이면에는 추한 모습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남은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패러디가 날카로운 풍자의 해학을 살리기 못하고 가벼운 오락이나 의미 없는 엽기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패러디 대상에 대한 인신공격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나치게 희화화시키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기보다는 '억지춘향'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반짝 패러디를 통해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려는 생각도 패러디의 순수한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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