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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플랫폼 노동은 인간 노동의 미래
[ICT광장] 플랫폼 노동은 인간 노동의 미래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1.03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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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정보통신기술사
㈜세광티이씨 전무
둔촌재건축 정보통신감리단장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일자리가 소멸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치를 높여가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보면, 대량 실업이 아니라 양질의 중간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인정받는 대기업 일자리는 갈수록 구직난이 심해지고 있는 반면에 배달 등 단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일자리는 구하기도 쉽고 관두기도 쉬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충성도 높은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AI 시대 문제는 일자리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양산과 그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현행법 어디에도 정의하고 있지 않은 유령 같은 노동자로, 4대 보험은 물론 각종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다.

일을 하고 있고 업무를 요청하는 사업체도 명확하지만 임금 협상도 복지도 보험도 요청할 수 없는 파편화된 개인이 돼버린 것이다. 이 처럼 플랫폼 노동은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플랫폼은 이미 자본주의의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존재 방식은 신기루 같아서 기존 법과 제도로는 규제하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44년 필라델피아 총회에서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노동은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상품 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극단적 형태의 상품화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노동법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노동이 상품이나 서비스 처럼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무심결에 제공하는 정보는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가공된다. 이와 같은 축적된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 탓에 플랫폼 노동자를 혹사시키는 방식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 플랫폼 배달 노동자에게 쉬지 말고 더 빠르게 배달하라고 독려하고 감시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고 그것을 의식하는 노동자 자신이다. 이렇게 데이터화, 알고리즘화된 배달 노동은 과학적이며 중립적이라는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이것은 배달 노동자가 더 열심히 효율적으로 일할수록 더 가혹한 노동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데이터를 만드는데 기여한 배달 노동자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지휘, 감독, 평가받는 아니러니컬한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 알고리즘이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들어 가고 있다. 플랫폼은 시장의 규칙을 문자 한통과 쿠폰 하나로 간단히 지배할 수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자본 주의 탄생 이후, 자본과 노동이 함께 만들어 낸 이윤을 놓고 자본가와 노동자간에 치열하고 처절한 투쟁이 전개된 것 처럼, 노동자와 플랫폼이 함께 만든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둘러싼 투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년간 노동운동을 통해 조금씩 진전시켜 왔던 사회적 안전망, 작업의 안정성, 임금 상승 등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 상승 노력이 플랫폼으로 인해 무장해제 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는 산업혁명 초기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되돌아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플랫폼 노동의 강도는 이미 100년전에 금지된 노예 노동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안전이란 개념 조차 없었으며, 산업 재해도 보상받지 못했던 산업혁명 초기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증가는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인 부의 양극화, 특히 근로소득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인간 미래 일자리의 수준을 후퇴시킬 것이다. 이제는 플랫폼 경제의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 숨겨져 있는 그늘에도 주목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플랫폼 노동이 미래 인간 노동의 주류가 되지 않도록 국가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강구되어야 미래 인간사회가 존속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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