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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설비 등 설치 포함 사업, ‘시설공사’로 발주해야
정보통신설비 등 설치 포함 사업, ‘시설공사’로 발주해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12.2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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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발주처, 물품구매 집행
공무원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

적정사업비 반영 어려워져
부실시공·산업재해 등 우려

불합리한 관행 개선 급선무
미비한 법령·기준 보완 필요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공공 발주처에서 시설공사를 물품구매 또는 용역으로 발주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설비의 설치가 포함된 공공사업을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발주하는 잘못된 관행으로 적정사업비 반영이 어려워지는 등 많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등 상당수 발주기관에서는 계약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보통신설비 등의 설치가 포함된 사업을 ‘물품구매’ 또는 ‘용역’으로 발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 및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계약목적물의 원가상 재료비와 노무비를 단순비교 해 발주방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와 관련업계가 입찰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나, 기존의 발주 관행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주요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에서도 시설공사의 물품구매 발주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4월 ‘2021년 버스정보안내단말기 설치사업’ 3건을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 방식으로 발주했으며, 협상에 의한 계약에 따라 낙찰자를 선정했다.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은 이 같은 입찰방식에 크게 반발했다. 중소업체가 서울시의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모두 충족해 사업을 수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육군본부에서 발주한 ‘주둔지 경계용 CCTV 사업’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업은 광케이블 포설 및 정보통신설비의 설치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으나 육군본부는 이를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 방식으로 발주했다. 더욱이 육군본부가 2단계 경쟁 물품구매 방식을 적용하면서 입찰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공공발주처에서 설치가 포함된 사업을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집행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사업에 적정원가를 반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물품구매 방식을 적용하면 공사발주 시 사업비에 포함되는 간접재료비와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 등을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물품구매로 사업을 집행하는 경우 발주자는 시설공사에 반영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수급인은 재해예방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지고 안전지도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물품구매 발주의 경우 계약목적물 중 물품에 대해서만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어 발주자 입장에서도 계약 및 사업종료 후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건설산업의 생산체계는 크게 ‘설계-시공–감리’로 연결돼 각각의 역할을 통해 적정 시공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나, 발주기관은 ‘구매·설치’ 계약 건에 대해 공사계약이 혼재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계약은 물품계약으로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설계·감리를 실시하지 않음에 따라 부실시공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입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설치를 수반하는 계약목적물이 공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공사관련 법령에 따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데 다수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한다. 공사관련 법령 상 공사는 설치행위뿐만 아니라 설치를 위한 자재(설비)를 구매 또는 제조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나아가 계약목적물이 공사인지 물품인지 여부는 공사업계와 제조업계 간 분쟁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발주기관이 계약목적물의 적정원가를 반영하는지와 계약법 상 공사관련 제도와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는가에 있으므로, 관련규정과 파급효과를 면밀히 살펴 최적의 입찰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중론이다.

김진호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8월 발간한 ‘시설공사의 물품구매 발주 고착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품계약 공고 시 정보통신공사업 등 공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입찰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적정사업비 반영에도 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물품·공사 관련, 미비한 법 기준을 보완해 명확한 발주방식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령에 근거한 발주방식 선택 및 적극적인 계약이행 등을 통해 공공계약 목적물의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물품·용역·공사가 혼재된 계약의 집행기준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계약예규를 개정했다. 정보통신설비의 설치 등 정보통신공사가 포함된 사업을 물품구매로 발주하는 경우 각종 보험료 등을 포함한 경비와 일반관리비 등 공사원가가 누락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규정한 게 개정의 핵심이다. 이는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협회가 기재부 ‘계약제도 혁신 TF’에 참석해 정보통신공사의 물품·용역 발주 문제 등 불합리한 계약제도에 대한 개선활동을 적극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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