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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길
[창가에서] 길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1.0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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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새해 아침, 찬 공기를 마시며 집 근처 산에 올랐다. 자주 오가는 익숙한 길이지만 신년이라 그런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박노해 작가의 에세이집 ‘길’을 읽었다. 책 서문이 아침햇살과 만나 더욱 또렷해 보였다.

“길을 보면 눈물이 났다. 누군가 처음 걸었던 길 없는 길, 그 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서 걷다 쓰러져간 사람들. 길을 걸으면 그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길은 인류문명의 출발점이요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이 피땀을 흘려 새길을 놓았다. 그렇게 이어진 길 덕분에 지구촌 곳곳의 물자와 문물이 원활하게 오갔다.

오늘날의 길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힘입어 무한대로 뻗어가고 있다. 모세혈관처럼 촘촘히 엮인 유·무선 네트워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람과 사물을 하나로 잇는다. 세계로 열린 디지털 도로는 초연결 사회를 지탱하고 비대면 경제를 이끌어 가는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어둠도 짙은 법이다. 초연결 사회의 고속도로 격인 유·무선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생활도 멈춰 선다.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지난해 10월 발생한 KT 통신장애는 초연결 사회의 위험과 공포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아찔하다.

정부와 통신기업들은 디지털 도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두 달여의 산고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내놓았다.

통신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구조를 개선하고 다양한 장애유형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가 최대한 생존할 수 있도록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코어망 계층 간 오류확산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가입자망의 라우팅을 독립적인 자율시스템으로 구성하거나 지역별로 분리하기로 했다. 또한 재난 시 인터넷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접속경로의 이중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안전관리를 위한 중장기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에 이번 방안에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이 네트워크 문제를 예측해 관제센터에 알려주고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이 KT 먹통 사태를 덮기 위한 일과성 대책에 그쳐서는 안된다. 디지털 도로에 균열이 생겨 초연결 사회가 휘청거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당국자는 물론 ICT산업 종사가 모두가 이 방안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정보통신인프라를 한층 고도화하고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춘 고품질 디지털 도로를 놓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책무를 차질없이 완수함으로써 ICT산업의 존재가치는 더욱 빛난다.

새해엔 휙휙 내닫는 디지털 도로 위에서 모두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 때론 그 길이 매우 험난할 것이다. 길이 막히더라도 끝없이 고뇌하고 결단하며 새길을 놓길 바란다. 박노해 작가의 글처럼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내가 걷는 길을 따라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쉼 없는 생성의 존재가 바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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