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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칼럼]국제정치 리스크로 인한 경제충격
[채수찬칼럼]국제정치 리스크로 인한 경제충격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2.1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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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병력을 국경지대에 집결시키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큰 그림을 보면, 우크라이나를 고리로 동유럽 지역의 세력균형을 위한 전략적 각축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던 동유럽과 러시아 인접국가들이 미국과 서유럽국가들과 더 가까워지고 있는 추세에 제동을 걸려고 러시아가 움직인 것이다. 작은 그림을 보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있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을 지렛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친러시아 내지 중립 지대에 머물도록 묶어두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타협점은 있는가. 러시아는 동유럽과 주변국가들에 대한 영향권 보장을 미국과 서 유럽국가들에게 요구했다. 물론 이는 일언지하에 거부되었다. 현실적으로도 세계화된 시대에 영향권 보 장은 실현되기가 어렵다. 군사력으로 압박해서 특정지역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나 이를 광범 위하게 적용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도 러시아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격무기들을 주변국가에 배치하는 것을 자제하고 완충지역을 인정하는 정도의 타협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유럽국가들과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군사대결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주 변국들에 대한 군사행동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면 주변국가들이 위협을 느껴 오히려 미국과 서유럽국가들 쪽으로 더 가까이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한된 군사작전으로 실리를 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약점은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에 비해 경제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경제를 지탱하 고 있는 것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다. 정부재정 수지와 무역수지, 물가 등 거시변수들이 괜찮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높은 에너지가격 덕분이다. 그렇게 보면, 일정기간 국제정세의 긴장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러시아로서는 나쁘지 않다. 특히 러시아는 상당량의 천연가스 등 원자재를 유럽에 공급하고 있어 이를 무기화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면 풍부한 미국의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무기화에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높은 에너지가격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초기에는 러시아 국내경기가 진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머지않아 군사비 지출로 인한 재정적자, 노동공급의 애로, 높은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합리적인 의 사결정에 의해 시작되는 게 아니므로 지금 상황이 어디로 튈 지는 아무도 모른다. 푸틴 대통령 자신도 현재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집결시킨 결정을 언젠가 후회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일상적인 감염병 모드로 전환되는 걸 보면서 한 고비가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점에, 국제정치의 체스게임으로 인한 전쟁위협이 고개를 드니 썩 유쾌 하지 않다. 2008년 가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모순에 의해 발생했다. 2019년 늦가을에 생겨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는 인류가 가진 과학기술의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고 확대되어 또하나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발전된다면 이는 인간의 어리석음,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상대방을 의식하며 내리는 의사결정의 집단적 어리석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괜찮게 가던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주식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자원부국도 아니고 오로지 인적자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 벌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세계화의 수혜국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글로벌시장의 불안정화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또다른 국제정치 리스크가 곧 나타날 것이다. 한국도 이제 글로벌시장 의 주요교역국이 되었다고 자족하는 걸 넘어서, 글로벌시장을 안정시키는 책임을 나누어 지고 그에 따르 는 비용도 나누어 감당해야 할 위치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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