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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400년전 임진왜란의 교훈 '조총', 그리고 'PUF'
[ICT광장] 400년전 임진왜란의 교훈 '조총', 그리고 'PUF'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3.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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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ICTK홀딩스 대표
이정원 ICTK홀딩스 대표.
이정원 ICTK홀딩스 대표.

1592년 6월, 충주 탄금대.

보름전 부산 앞바다에 상륙한 왜군은 이곳에서 개전 이래 첫 대회전을 겪는다.

패퇴하던 조선군이 전열을 정비,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본진을 맞으면서다.

군기를 치켜 세운 이는, 당대 조선 최고의 용장이라고 불리던 신립 장군이다. 북방 여진족을 상대로 이미 여러 전과를 올린 인물로 조선 팔도에 무용을 떨치던 인물이었다. 신립이 온다는 말에 싸놨던 피난짐을 푼 충주 백성이 부지기수였다.

전투가 시작됐다.

태조 이성계 이래 조선군 진법의 전형은 '말 타고 돌격 앞으로'. 즉, 기병전였다.

조선 조정과 군 수뇌부는 삼포왜란, 을묘왜변에서 조선군 기병대의 일제 돌격으로 왜적의 전열을 무너트렸던 기억에 의존했다.

하지만, 늘 하던대로 충주벌판을 기세 좋게 내달리던 신립의 기마대는 몇 척 내달리지도 못하고 고꾸라졌다.

기병의 개활지 종렬 돌격 진형은, 좌우 포진된 고니시 조총부대의 좋은 표적판일 뿐이었다. 조총이란 화약 무기 앞에서 조선 기병은 마상편곤, 활 등 냉병기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사실, 임진년 왜란 이전부터 조선 조정과 군은 최신예 왜군 무기인 조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과했다.

대신, 전통의 기병 전술에만 천착했다. 200년간 변화는 없었다. 댓가는 가혹했다. 전투 직후 8000명의 조선군은 사실상 전멸했다. 신립 장군도 패사했다.

닷새 뒤 수도 한양은 함락됐다. 선조는 의주까지 파천했고, 명나라 영토까지 피신하는 방안을 신료들에게 수차례 물어봤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정보통신공사업계엔 그 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태를 겪었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최신 보안기술 접목엔 미온적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까지 들고 나섰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또다른 규제다.

신기술 도입에 신중한 공사업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랜섬웨어, 로그4j 취약점 공격 등 해킹 기술은 실시간 단위로 진화·발전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례 없음과 검증 부족 등을 탓하며, 첨단 시큐리티 기술 도입에 언제까지 미적댈 건가.

다행히 혁신적인 일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정보보안에 전향적 태세 전환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물리적 복제방지(PUF, 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s)' 기술 도입 바람이다.

PUF는 동일한 제조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미세구조 차이를 이용, 물리적 복제가 불가한 보안키를 생성한다.

PUF 칩을 단지 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서버단 또는 각 세대 내 월패드 단말에 탑재하면 사용자 인증은 물론, 펌웨어 보호 등의 측면에서 물리적 보안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세계반도체협회(GSA) 등이 '신뢰점(RoT, Root of Trust)' 구축의 핵심 요소로 PUF를 주목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IoT 보안 해설서'에 PUF를 '요구사항'으로 적시했다.

이처럼, PUF의 기술적 신뢰성과 경제적 효율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식 검증된 상태다.

신무기 경시와 옛 전법 맹신이 부른 장장 7년의 참화.

선조들이 피로 쓴 그날의 경험이 지금 우리 세대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옛 이야기로 남을 것인가.

선택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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