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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중대재해처벌법, 공사업체만의 책임인가?
[ICT광장] 중대재해처벌법, 공사업체만의 책임인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3.06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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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록

정보통신 표준품셈 심의위원
㈜우호텔레콤 대표이사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산업안전과 인명존중에 대한 법률의 기본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일선 기업의 경영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법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사업주에 대한 강한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관리 기준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본래 중대재해처벌법은 대기업의 산업안전 관련규정 위반을 단속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이런 목표와는 달리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소기업 사업장이 대기업보다 산재 발생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규정들이 산재 예방보다는 징벌적인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대다수 기업의 경영자들은 불의의 사고 발생 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실제로 이 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숨지는 중대산업재해 등이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는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한 해당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파산하거나 폐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안전관리가 어찌 사업주만의 책임이겠는가? 물론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특히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인력·예산 등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사전조치를 취해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 정부 고시가 현실에 맞게 보완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추가로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고용노동부 고시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63)에 따라 정해진다. 이 고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공사 중 총공사금액 2000만원 이상인 공사에 적용한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단가계약에 의해 행하는 공사에 대해서는 총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비대상액이 5억원 미만 또는 50억원 이상이면 대상액에 ‘별표 1’(공사종류 및 규모별 안전관리비 계상기준표)에서 정한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안전보건관리비를 산정한다. 또한 대상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대상액에 ‘별표 1’에서 정한 비율을 곱한 금액에 기초액을 합한 금액으로 안전보건관리비를 산출한다. 여기서 안전보건관리비 대상액이란 예정가격 작성기준 및 지자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공사원가계산서 구성항목 중 직접재료비, 간접재료비와 직접노무비를 합한 금액을 말한다.

‘별표 1’에는 공사종류별로 안전관리비 요율이 정해져 있다.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건설공사의 경우 1.38~2.66%의 요율이 적용된다. 정보통신공사는 특수및기타건설공사에 해당하며,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1.38%의 비율이 적용된다. 이 정도의 낮은 비율로는 안전보건관리비를 충분하게 확보하기가 어렵다. 일선 사업장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고시를 제정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

현행 고시에 따라 안전관리비를 사용할 수 없는 항목들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고용노동부 고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의 ‘별표 2’(안전관리비의 항목별 사용 불가내역)는 안전관리비를 유도자 및 신호자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안전관리 예방지침에서는 사다리 작업과 고가사다리차, 굴착 또는 맨홀 작업 시 신호수와 2인 1조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하고 신호자(신호수)의 배치도 필수사항이 됐다.

그러나 신호자 배치에 따른 추가비용(인건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련규정에 명시된 바 없다. 정부의 표준품셈에도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력의 인건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안전관리비로 신호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게 불가능하고 표준품셈에도 해당 비용산정에 관한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를 확보할 수 있을지 난감하기만 하다.

별도의 기준과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한 추가비용 지급을 위한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주가 지게 된다. 이처럼 관계법령과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의 책임을 어떻게 사업주에게만 물을 수 있겠는가?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건비와 경비의 예산을 확보해 제공해 주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을 하는 것이 기본원칙 아니겠는가?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바이다. 첫째, 정부는 안전보건관리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행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하는 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사용기준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안전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관리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 품을 정부 표준품셈에 적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계약법에 따르는 관급공사는 물론 기간통신사업자 또는 민간사업자가 발주하는 민간공사에도 적정 비용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국민연금보험료나 건강보험료처럼 낙찰률에서 제외하고 정액제로 원가계산서에 반영해 사후에 실비정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계상 및 사용기준’을 보완해 안전관리에 대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유보하도록 법 적용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심각한 부작용은 정보통신공사업계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에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등 전문 시공분야 유관단체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관련 단체에서 공동의 대응책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사업장의 산업안전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산업안전 관리가 정상적이고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재정적 뒷받침을 충분히 해주고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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