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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시장 말썽꾼 ‘페이퍼컴퍼니’ 근절 속도전
건설시장 말썽꾼 ‘페이퍼컴퍼니’ 근절 속도전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3.12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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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하도급·자격증 대여로
부실시공·안전사고 등 유발
건전한 시장질서 어지럽혀

‘운찰제’ 등 입찰 맹점 틈타
부당하게 한 몫 챙기기 시도
건실한 회사는 막대한 피해

서울시, 자치구 공사도 점검
경기도, 사전단속 대상 확대
행정조치·고발 등 강한 제재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시장의 말썽꾼으로 불리는 ‘페이퍼컴퍼니’를 뿌리 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말그대로 물리적인 실체 없이 종이(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말한다. 건설분야 페이퍼컴퍼니는 턱없이 낮은 가격에 공사를 수주한 뒤 불법 하도급 등으로 부당이익만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사는 각종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꼽힌다.

 

■ 서울시, 58개 부적격업체 적발

더욱이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건설업 관련 면허를 불법 대여하거나 현장대리인을 배치하지 않는 등 갖은 부조리와 폐해를 초래한다. 이로 인해 공정하게 수주경쟁을 펼치는 건실한 업체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공공입찰에 참여해 한 몫 챙기려는 페이퍼컴퍼니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소위 ‘운찰제’로 불리는 공공입찰의 특성에 기인한다. 실상을 살펴보면 이렇다. 공공입찰은 예정가격의 낙찰하한율에 얼마나 근접하게 입찰했는지로 낙찰자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입찰률 하락에도 낙찰가는 거의 변동이 없다. 운 좋게 투찰가격을 잘 맞히면 낙찰이 가능하다보니 운찰제라는 말이 생겼다.

페이퍼컴퍼니는 이 같은 건설시장의 맹점을 틈타 독버섯처럼 자란다.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사무실에 여러 건설사를 만들거나 자격증을 불법 대여해 면허를 늘리는 등의 수법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불법행위에 맞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실시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건설업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위해 지난해 7월 단속전담팀을 신설하고 서울시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 그동안 276개 건설업체를 단속해 지난 3일 58개 부적격업체를 적발했다. 이 중 35개 업체는 영업정지, 4개 업체는 등록말소 했으며 나머지 19개 업체는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통해 시공능력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퇴출시키고 건실한 건설업체의 수주기회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이로써 불법하도급이 줄어들고 부실시공에 따른 시설물 품질저하 및 안전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격증 불법대여 등 집중 단속

서울시에 따르면 단속 이후 서울시 발주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단속 전보다 평균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컴퍼니들이 단속으로 인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서울시 공사입찰에 참여하기를 꺼린 결과다.

서울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시에서 집행하는 공사뿐만 아니라 자치구 발주공사까지 단속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5개 자치구의 공사 입찰공고문에 부적격업체 사전단속 안내문 게재를 공지했으며 단속방법 및 절차 등을 설명하는 영상회의도 실시했다.

우선 서울시는 중랑구 발주공사에 대해 시·구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단속인원을 보강해 다른 자치구로도 점차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먼저 추정가격 10억 원 이상 중랑구 발주공사 중 2월 15일 개찰 분부터 현재 2건의 공사에 대한 시범단속을 실시 중이며, 향후 다른 자치구로도 단속을 확대하기 위해 단속인원 보강을 추진 중이다.

단속절차를 보면, 먼저 자치구에서 입찰공고문에 사전단속 안내문을 게재하고 개찰 후 1순위 업체에게 건설업 등록기준에 관한 자료를 받게 된다. 이후 시·자치구 합동으로 건설회사를 방문해 기술자의 실제 근무 여부, 사무실·기술능력·자본금 등 건설업등록기준에 적합한 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단속이 진행된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에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한 경우 △기술자를 고용하지 않고 자격증만 빌려 운영하는 경우 △재하도급 같은 불법하도급 등의 위반사항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공사 계약에서 배제함은 물론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실시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국가기술자격증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등록말소와 같은 강력한 행정조치와 형사고발을 병행할 예정이다.

 

■ 경기도, 1억 이상 사전단속

경기도는 입찰단계서부터 가짜 건설업체(페이퍼컴퍼니)를 솎아내는 사전단속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전단속 제도는 경기도 발주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중 적격심사 1~3위를 조사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등록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2019년 10월부터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해 3월 15일 이후 입찰공고부터는 1억원 이상 모든 경쟁입찰에 대해 모두 사전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1억원 이상 10억 원미만 지역제한 경쟁입찰을 대상으로 하던 종전의 단속범위를 넓힌 것이다. 10억 원 이상 전문공사나 100억 원 이상 종합공사에 참여하는 여타 시·도의 건설사도 예외 없이 사전단속 대상이 됐다.

조사시기도 낙찰 전으로 한정했던 것을 계약 이후로 늘렸다. 사전단속을 거쳐 계약한 업체에 대해서도 이후 시공현장과 건설사 운영실태에 대한 점검을 벌여 불법 하도급이나 건설업 면허대여 등 불공정 행위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전단속으로 적발된 페이퍼컴퍼니는 행정처분 및 사법조치, 입찰 배제 외에도 해당 입찰금액의 10%인 입찰보증급을 납부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계약이후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이나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지방계약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은 물론 계약해지나 고발 등 강력한 추가조치를 받게 된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해 입찰에 참여한 383개 업체 중 149개의 가짜건설사를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사무실과 기술인력조차 없는 사례가 아직도 적발되고 있어 경기도는 낙찰만을 노린 가짜건설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예로 D사 등 4개 건설사는 불법 증축된 2층에 사무실을 둔 것을 숨기고자 2층 출입구를 폐쇄했다. 그렇지만 허위 자본금과 기술인력, 엉터리 사무실 등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 4개를 2개 시에 등록한 사실이 밝혀져 모두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는 이 4개 업체가 입찰 전용방에서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해 교육청, 구청 등 8개 공사를 낙찰받은 사실도 적발하고 입찰방해죄로 고발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건설 입찰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원천 차단하자 지난해 경기도 입찰률은 전년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면허 증가율도 전국 평균(4.9%) 보다 0.7% 낮은 4.2%를 기록했다.

이성훈 경기도 건설국장은 “공공입찰에서 가짜건설사가 40%나 적발되고 있다”며 “이는 건설업계가 페이퍼컴퍼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공익제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짜건설사를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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