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시대가 온다.
PBV라는 용어가 좀 어려운 듯 보이지만 이동이 주목적이 아닌 자동차라면 모두 이 범주 안에 놓아도 될 듯하다. 소방차, 구급차, 청소차, 푸드트럭 등을 떠올리면 쉽다.
지금 PBV에 쏠리는 관심은 자율주행이 결합한 PBV이기에 그렇다. 즉, 이동은 차가 알아서 하고 탑승자는 그 이동 시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그 용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PBV가 변신을 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러한 변신을 자신들이 마련해 놓은 틀 안에서 해달라는 차원에서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에스링크(S-Link)’라는 PBV 플랫폼을 살펴보면, 차체가 4m에서 6m까지 조절되고 360도 회전하는 볼 타입 휠로 굴러간다.
태양광 충전으로 움직이는 전기차인데다 같은 PBV끼리는 통신을 주고받으며 자율군집주행을 할 수도 있다. 이동형 카페, 병원, 식당, 화물 운송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PBV를 변신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벤츠의 ‘비전 어바네틱(Vision URBANETIC)’, 도요타의 ‘이-팔레트(e-Palette)’ 등도 차체를 다른 유형으로 바꿔 설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제조사들이 굳이 완성차가 아닌 플랫폼을 수립하려는 이유는 더 이상 차만 팔아서는 경쟁이 안되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즉, 차가 아닌 이동성(mobility)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팔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취재 중에 접한 많은 PBV 사례를 보다보니, 우린 이미 첨단 PBV를 만난 적이 있지 않은가 싶다. ‘야쿠르트 아줌마’다.
골목골목을 유유히 누비며 우유와 야쿠르트를 배달∙판매하시는 그분들이 타고 다니는 바로 그 카트다. 놀랍게도 냉장∙냉동고를 탑재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백미는 역시 얼려먹는 야쿠르트다.
전기로 움직이기에 소음도 거의 없고, 전조등, 캐노피 등도 탑재돼 있다. 최대 시속 8km로 골목을 누비기엔 부족함이 없다.
‘서비스’ 전략은 이미 여느 자동차 회사는 엄두도 못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국 1만1000명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화장품, 밀키트 배달은 물론 택배 배송까지 나선다고 한다. 정점은 독거노인 돌보미로도 활약한다는 데 있다.
이만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이 있을까.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고 했듯, 어느덧 자동차 회사의 경쟁 상대도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