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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셧다운 위기에도 ‘계약금액 반영’은 먼나라 이야기
현장 셧다운 위기에도 ‘계약금액 반영’은 먼나라 이야기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4.16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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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 가격 폭등 파장 확산…실태와 해법은

러, 우크라이나 침공 후폭풍
원유·유연탄·철근 등 줄인상
통신·전기자재값도 4.4% ↑

중기 수익성 악화·경영난 가중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촉구

“민간분야 건설공사 발주자도
계약금액 조정 의무화 필요”
[자료=중기중앙회]
[자료=중기중앙회]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코로나19 확산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의 여파로 주요 원자재 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수급불안의 심각한 파장은 건설업 등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간발주 사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의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다수의 중소기업이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신규수주 포기·공사중단 우려

정부 및 주요 공공기관,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국내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글로벌 자재·연료가격이 크게 오르고 원활한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석유공사 및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등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3월 배럴당 65.61달러였던 국제 원유가격은 올해 109.33달러로 올라 6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톤당 71.94달러였던 유연탄 가격은 올해 같은 기간 톤당 256달러로 상승했고, 철스크랩(고철) 값도 톤당 42만5000원에서 톤당 69만4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원자재값의 가파른 상승은 국내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건설장비 연료인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건설장비 임대료가 껑충 뛰었고, 유연탄값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또한 철스크랩 가격의 상승과 함께 건설공사의 핵심자재인 철근값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작년 3월 톤당 75만원었던 철근가격은 올해 3월, 톤당 112만원으로 뛰어 올라 49.3%의 상승률을 보였다.

올 상반기 정부 공사비 산정에 적용되는 조달청 시설자재가격도 작년 하반기 대비 평균 4.35% 올랐다. 통신·전기분야 시설자재가격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4.4% 올랐다.

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건설업계의 수익성 및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어렵게 수주한 공사를 마치더라도 이윤이 남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4월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면 신규수주를 포기하거나 이미 따놓은 공사까지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4.6%만 납품단가 제대로 반영

심각하게 짚어 봐야 할 문제는 대다수 발주처와 원도급자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계약금액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급사업자와 하도급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잦다.

또한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계약법령 및 규정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더욱이 민간 발주사업의 경우 대기업 등에서 가격 상승분을 납품 대금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아 중소기업의 경영애로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중소기업 긴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해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다.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중소기업도 4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의 경우 건설자재비가 40~50% 치솟아 가격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현장 셧다운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매출 의존도가 80%를 넘다 보니 감히 납품단가 얘기를 꺼냈다가는 오히려 거래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제 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이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코스피 상장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2005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인 184조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0~15%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도 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 관계부처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자재 수급불안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공기를 연장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기관으로 하여금 관련규정에 따라 공사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침을 시달하고 계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민간공사에 대해서는 발주자로 하여금 자재가격 변동분을 반영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간발주자에 대한 공사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의무에 관한 근거를 관계법령에 신설하고 위반 시 제재 조항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 2회 조사·발표하는 조달청 시설자재가격을 가격 변동분을 반영해 수시로 조정하고 원자재 수급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 세제 혜택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밖에도 자재·장비·하도급업계 등 건설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시장의 정상화를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 납품단가 실태 등 긴급 점검

정부는 건설업 등 연관산업분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한 계약상대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대응을 위한 계약집행요령’을 광역 지자체장과 교육감,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등 유관단체 대표에게 통보했다. 행안부 공문의 주된 내용은 계약담당자가 지방계약법령에 명시된 계약이행 지연 및 원자재 가격변동에 관한 조치사항을 명확히 숙지해 계약업무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는 것이다.

지방계약법 제22조 및 제30조는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공사·물품·용역, 그 밖에 재정지출의 원인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물가변동 및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 이는 국가계약법령에 바탕을 둔 것으로,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령 64조 5항을 살펴보면 천재·지변 또는 원자재의 가격급등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고는 계약이행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체결일 또는 직전 조정기준일부터 90일 이내에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원·수급사업자 간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 하도급법은 원자재 등 공급원가가 상승하는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권리를 보장하고 원사업자에게는 조정조항의 계약서 명시와 조정협의 개시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납품단가의 조정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수급사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조정조항의 계약서 반영여부, 실제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중점 조사해 현 상황을 진단·분석하기로 했다. 아울러 납품단가 조정조항을 계약서에 반영하지 않은 비율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계약서 반영을 위한 교육 및 계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더불어 계약서 반영과 조정실적이 우수한 업종의 원사업자를 추천받아 ‘납품단가 조정 우수기업’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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