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인력만으론 성장 한계”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과학기술이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정책의 신뢰와 투명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학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과학기술의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19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3월 14일부터 연속 개최하고 있는 ‘과학기술 중시 정책 토론회’의 네 번째 행사다.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가 ‘과학기술과 한국의 미래: 사회학자의 시선’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고, 김상선 단국대학교 초빙교수와 박재민 건국대학교 교수, 심영섭 전 산업연구원 부원장, 윤정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석좌교수, 이인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이 패널 토론에 참가했다. 토론 좌장은 송하중 과총 정책연구소장이 맡았다.
사회학자인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미래 사회가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나,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비롯한 정부 정책과 제도는 심각하게 지체돼 고투입 저효율이 고착화돼가고 있다”며 “변화를 촉진할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규제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피격사건을 예로 들면서 “현 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와 미흡한 투명성은 공공성을 취약하게 해 시스템 실패와 대형 재난, 혁신적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면서 “구조적, 고질적, 제도적 문제에 대한 정치의 대응은 대중적, 단기적이었고, 역대 정부는 취약한 공공성에 따른 실패를 반복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돌파구는 있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경제가 다가오고 있다”며 “다가오는 미래는 거래비용과 한계비용이 제로에 근접하는 새로운 혁신의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새로이 다가오는 플랫폼 중심 경제를 기회 삼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통합성, 환경적 책임성 간 단기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역동적 균형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양적 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 과학기술, 인문사회, 정치경제적 성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의 신뢰와 효율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윤정로 UNIST 교수는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이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해당 분야의 문제점과 위기 요인을 알 수가 없는 복잡한 세상이 됐다”면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정부와 사회에 연구의 자율성 보장과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관련 규제와 사회적 영향에 관해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과학기술의 사회적인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교수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성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 또한 선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심영섭 전 부원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본과 노동량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기술과 정부 제도·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동의 증가분과 함께 사회 시스템과 제도가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총 요소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며 “자본과 노동 투입만 바라지 말고 심각하게 어긋난 시스템을 고쳐 고투입 저효율의 경제가 고착화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학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강조했다. “과학자들도 지적 호기심과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서 해당 분야를 탐구하며 알고 있는 위기 요인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기업가들이 기업 경제의 위기를 대비하듯, 과학기술계 전문가들도 미래 과학기술의 위기에 대응할 방안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총 요소 생산성 관점에서 R&D의 신뢰를 회복하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첨언했다. 심 부원장은 “‘R&D 예산을 늘리면 결과도 좋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학계를 포괄하는 과총에 ‘연구윤리센터’를 설립해 연구윤리를 바로세우고, R&D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나갔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선 단국대 교수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주목적으로 했던 1980~90년대 시선을 탈피해야 한다”면서 “자본과 인력 투입량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필요한 규제와 정체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과학기술은 사회문제 해결과 삶의 질 향상, 국가 안보 및 외교 등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정부는 과학기술이 새 시대에 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